개발자도 로드맵도 '미스터리'…1위 찍은 '도깨비 마을'의 비밀

/사진='고블린타운' 트위터

우뚝 솟은 뿔에 새빨간 눈. 기괴한 모습의 도깨비들이 모여 사는 마을엔 비밀이 있다. 마을을 만든 이들이 누구인지, 마을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판타지 동화가 아닌 대체불가토큰 '고블린 타운'(Goblin Town)의 이야기다. 미스터리 투성이인 이 프로젝트 개발자도 알 수 없고 그 흔한 로드맵도 보이지 않는다. 소통 창구로 쓰이는 디스코드 채널도 없다. 그럼에도 세계 최대 NFT 거래소 '오픈씨'(OpenSea)에서 하루 거래량 기준 1위를 차지하는 등 흥행 중이다. 베일에 싸인 도깨비 마을의 정체는 뭘까.

NFT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고블린 타운은 지난달 21일 민팅(Minting·NFT 발행)을 시작했다. 1만개의 각양각색 도깨비 캐릭터로 이뤄진 고블린 타운은 지난 2일 오픈씨 기준 하루 거래량 4800ETH(이더리움·약 107억원)을 넘기며 가장 많이 거래된 NFT 시리즈에 올랐다. 7일 오후 4시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간 고블린 타운의 거래량은 약 1만6933ETH(약 378억원)으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고블린 타운'(goblintown) #4253. /사진='오픈씨'(OpenSea) 홈페이지

언뜻 보면 일반적인 PFP(Picture For Profile) NFT 같지만 고블린 타운의 행보는 사뭇 다르다. 프로젝트 운영진이 누구인지, 로드맵의 내용은 뭔지 알 수 없다. NFT 커뮤니티와 프로젝트 팀간 소통 공간으로 활용되는 음성 채팅 메신저 프로그램 디스코드 채널도 없다. '메타콩즈' '실타래' '슈퍼워크'(전 '코인워크') 등 국내 유명 NFT 프로젝트들도 사용하는 디스코드에는 프로젝트 관련 질의가 오가는 AMA(Ask Me Anything) 행사 일정 등 각종 주요 공지가 올라온다.

반면, 고블린 타운 공식 홈페이지에는 "로드맵도, 디스코드도, 활용성도 없다"고 소개하고 있다. 통상 NFT 프로젝트들은 운영팀을 공개하고 홀더(보유자)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로드맵을 제시해 소위 '떡상'을 약속한다.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라도 팀원들의 경력과 향후 프로젝트 일정 등이 구체적으로 담긴 로드맵은 NFT 사업의 핵심이다. 일례로 NFT 상위 컬렉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BAYC)의 로드맵에는 메타버스 게임과 가상토지 계획 등이 포함돼 있다. 실제 BAYC 발행사인 '유가랩스'(Yuga Labs)는 최근 메타버스 게임 '아더사이드'(Otherside)상에서 쓰이는 가상 토지 NFT '아더디드'(Otherdeed for Otherside)를 내놓기도 했다.

'아더디드'(Otherdeed for Otherside) NFT. /사진='오픈씨'(OpenSea) 홈페이지

미국 IT(정보기술)매체 씨넷 등 외신에 따르면 커뮤니티에선 보통의 행보를 거부한 고블린 타운이 NFT 등 블록체인 시장 자체를 비판하기 위한 의도로 나온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일부 도깨비 중엔 최근 폭락으로 대규모 피해를 낳은 '루나'(LUNA) 글귀가 적힌 문신을 하고 있는 캐릭터도 있다. 올초 저품질 논란이 불거진 '픽셀몬'(Pixelmon) NFT 컬렉션의 마스코트 '케빈'을 형상화한 캐릭터도 등장했다. 프로젝트 명에 붙은 영문 비속어 'wtf'(What the Fxxx)에도 이러한 비판적 의도가 숨어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NFT 프로젝트에선 볼 수 없는 사업 방식"이라며 "로드맵을 구성하고 디스코드 등으로 홍보에 열을 올리는 보통의 NFT와는 달리 냉소적인 태도가 엿보인다. NFT이면서 NFT를 비판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 입장에선 색다른 매력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프로젝트 관련 정보가 빈약하기 때문에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NFT 프로젝트 로드맵이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허상인 경우가 많아 고블린 타운이 주는 비판적 메시지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갑자기 가격이 올라가기 시작하는 등 맥락 없이 주목받은 경향이 있는 것으로 봐선 고블린 타운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올리려는 세력이 존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에반젤리스트는 "현재 NFT 시장이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상황이라 일종의 '펌핑세력'이 들어왔을 수 있어 장기적으로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이런 식으로 가게 되면 NFT 시장의 건전성을 해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