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내일 못 쏜다…영하 183℃ 견디는 '산화제' 센서 오류

국산 로켓 누리호가 15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 기립한 모습. /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II) 2차 발사가 '1단부 산화제 탱크 센서 오류'로 잠정 연기됐다. 산화제는 연료와 만나 누리호의 추력을 내는 역할을 한다. 특히 누리호 발사 전 충전되는 산화제는 영하 183℃로, 센서에 오류가 생기면 충전량을 파악할 수 없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15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1단부 산화제 탱크의 레벨 센서 신호 점검 과정 중 이상이 감지돼 발사 취소를 결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새 발사일은 세부적인 문제 원인이 파악되면 다시 정해질 전망이다.


항우연 연구진은 이날 오후 2시5분쯤 '산화제 레벨 센서' 이상을 최초 감지했다. 레벨 센서는 산화제 탱크 내 충전 수위를 측정한다. 연구진은 현장에서 조치 여부를 판단했지만, 누리호가 수직으로 기립한 상태에선 정확한 원인 분석이 어렵다고 판단해 16일 발사 불가능 판단을 내렸다. 이에 이날 오후 5시 누리호 발사관리위원회를 개최해 '발사 취소'를 최종 결정했다.

앞서 누리호는 이날 오전 7시20분 발사체종합동에서 1.8㎞ 거리에 있는 제2발사대로 이송이 완료됐다. 발사대에 도착한 후 전기 계통 연결과 발사 당일 추진제(산화제·연료) 주입을 위한 사전 점검을 실시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15일 발사대로 이송되고 있다. /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오류 여부에 따라 발사 일정도 변동"고 본부장은 "누리호를 조립동으로 이송해 점검을 통해 원인을 파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센서 자체 오류일 수도 있고, 센서와 연결된 계통의 문제, 전기적인 문제일 수도 있어서 어느 부위인지에 따라 발사 일정도 바뀔 것"이라며 "현재로선 누리호 기체를 조립동으로 안착시켜 몇 가지 확인 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센서를 교체하려면 분해가 필요할 수도 있다"며 "센서 문제가 아니고 전기적인 연결 문제나 센서값을 변환해주는 터미널 박스 문제라면 해당 부위만 교체하면 된다"고 부연했다.

고 본부장은 센서 분해에 소요되는 시간을 묻는 질문을 받고 "어디를 얼마만큼 분해하느냐에 따라 시간도 달라진다"며 "우선 조립동에 가져 와 어느 부위에 오류가 있는지 먼저 파악하고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누리호가 다시 조립동에 입고 완료되려면, 1시간 여 이동시간을 포함해 각종 작업이 끝난 이날 오후 8~9시쯤이 될 전망이다. 원인 분석 여부에 따라 누리호에 탑재된 인공위성의 분리 여부도 결정된다.
예상 못한 오류로 실무진도 '당혹'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이 15일 브리핑을 통해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 사진=김인한 기자

고 본부장은 기자들로부터 실무자들의 심경을 묻는 질문에 "저를 포함해 연구진도 굉장히 당혹스럽다"며 "많은 분들이 관심을 지니고 있어 죄송스러운 심정이고, 어떻게든 이른 시간 내 문제를 해결해 발사에 도전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오류 분석과 문제 해결에 오랜 기간이 걸리진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점검 작업은 변수가 있지만 센서와 계통을 확인하는 작업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설계의 문제라기보단 단순 하드웨어 문제가 아닐까 추측한다"고 했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우리가 독자적으로 우주 공간에 우리 위성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했지만 발사가 순연돼 아쉽다"며 "그렇지만 가야만 하는 길이고, 문제를 보완해 좋은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현재로서 발사 예비일(16~23일) 내 누리호 발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발사예비일 내 발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 연구진은 다시 발사관리위원회를 통해 일정을 정하고, 국제사회에 발사 일정 등을 통보해야 해 다소 오랜 시일이 소요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