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한국선 미친X 취급받았는데…美대사관 편지에 '울컥'"

지난 12일 주한미국 대사관 헬리 해거드 참사관이 서지현 전 검사에게 편지를 보냈다./사진=서지현 전 검사 페이스북

서지현 전 검사가 미국 대사관이 보낸 편지를 공개하며 "울컥했다"고 밝혔다.

16일 서 전 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12일 주한미국 대사관 헬리 해거드 참사관에게서 받은 편지 사진을 올렸다. 해거드 참사관은 편지에서 미투 운동 등 서 전 검사의 지난 행보에 대해 언급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 서 전 검사를 '대한민국 여성 인권 정책 일선에 서 있던 인물'이라고 칭했다.


해거드 참사관은 "몸담고 계시던 곳을 떠난다는 소식을 접하며 인사드린다"며 "검사님께서 미투 운동과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 및 디지털성범죄 대응 TF를 이끄시며 여성과 청소년의 인권 보호와 권익 향상을 위해 헌신하신 점을 상기해본다"고 했다.

이어 "지난 몇 년간 주한미국대사관의 여성·인권 이슈에 대해 검사님의 관심과 지지를 받은 저희로서는 더더욱 아쉬움이 남는다"며 "지난해 세계인권의 날을 맞아 보내주신 영상 메시지 등 검사님과 함께 한 시간은 큰 행운이었다"고 밝혔다.

해거드 참사관은 "아무쪼록 앞으로 어디에 계시든 하시는 일에 보람과 좋은 열매가 있기를 기원한다"며 "그동안 수고 많으셨다.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고 글을 끝맺었다.

서지현 검사가 2019년 1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여성폭력근절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미투1년 지금까지의 변화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 좌담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편지에 대해 서 전 검사는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정권을 막론하고 미친 X 취급을 받고 검찰의 음해를 믿는 사람들에게 '지 정치하려고 그런 거라는데 우리가 왜 도와주느냐'는 소리만 들었다"며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수고 많았다', '감사하다'는 문구를 보니 괜히 울컥한다"고 밝혔다.

서 전 검사는 "사실 내가 겪은 일은 그다지 특별하거나 특이한 일이 아니었다"며 "직장 내 성폭력, 그 이후의 괴롭힘과 음해, 2차 가해 등 너무나 흔하고 전형적인 일"이라고 했다.

이어 "개인적 한풀이나 원한으로 한 일이 아니었다"며 "후배들은 이런 일을 겪지 않기를 바랐고 검찰이 개혁되기를 바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폭력과 그 이후의 N차 가해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에게 위안과 선례를 남겨주고 싶었지만 2022년 대한민국은 여전히 피해자를 외면하고 비난하고 가해자를 감싸고 비호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 전 검사는 2018년 1월 검찰 내부통신망을 통해 검찰 내부 성추문을 공론화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대응TF에 파견돼 활동했다. 서 전 검사는 지난달 16일 원대 복귀를 통보받았지만 반발했고 검사직 사의를 표명했다. 법무부는 지난 2일 명예퇴직 형식으로 사표를 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