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 집중'...체질 바꾼 삼성전기, 하반기 기대 이유

MLCC로 장식한 자동차 모습/사진제공=삼성전기

체질 개선에 집중해 온 삼성전기의 미래 담금질이 올해 영향력을 드러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반기 들어 기업들의 투자와 신제품 출시에 더불어 소비자 수요가 회복되면서 삼성전기가 올해 처음 연매출 1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올해 연간 매출은 10조3266억원, 영업이익은 1조5902억원으로 예측된다. 전망대로라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한번 사상 최대 실적을 내게 된다.


삼성전기는 주력제품인 MLCC뿐 아니라 카메라모듈과 반도체기판 등 모든 사업 분야에서 차세대 IT(정보기술)제품과 전장 공급처 비중을 늘리는 등 고부가제품 역량 강화에 집중해왔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올해 3월 "삼성전기는 AI(인공지능)과 클라우드·서버, 메타버스 등 차세대 IT향 제품과 전기차·자율주행 등 전장향 제품, 두 성장 축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 시장 회복과 자율주행차 등 완성차 트렌드 변화가 호재로 지목된다. 5G 스마트폰은 4G 스마트폰과 비교해 고사양 MLCC(적층세라믹콘덴서)가 20~30%가량 더 많이 들어간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판매된 스마트폰 중 5G 제품이 51%를 차지해 처음으로 4G 스마트폰 판매 비중을 넘어섰다. 특히 스마트폰 최대 소비국인 중국은 같은 기간 5G 스마트폰 비중이 전체의 84%를 차지했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와 샤오미 등 중국업체들에 MLCC를 납품한다.


삼성전기는 지난 4월 전장용 제품 중 가장 난도가 높다고 알려진 자동차 파워트레인용 MLCC도 개발했다. 일본의 무라타와 TDK 등 일부 업체들만 양산해왔던 고신뢰성 전장용 MLCC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카메라모듈 역시 전장용 제품에 초점을 맞추면서 성장성이 기대되는 사업이다. 삼성전기는 최근 중국 상하이와 독일 베를린에 있는 테슬라 공장에서 생산되는 전기차 모델에 카메라모듈을 수주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자동차는 전방과 후방 카메라 정도가 끝이었다면 자율주행차 등 요즘 자동차의 경우 한 대당 탑재되는 카메라 수가 7~8개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부실사업 정리도 실적 기대감을 키운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경연성회로기판(RFPCB)등 손실 사업을 정리하고 FC-BGA(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 등 고부가 반도체 기판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초 FC-BGA에 총 1조6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업계는 올해 연말부터 투자가 수익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애플이 자체 개발한 PC용 프로세서 M2에 삼성전기가 FC-BGA를 연내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기의 최근 전략은 5G와 자율주행 등 '돈 되는 걸 한다'는 것"이라며 "상반기 수요 둔화에도 크게 주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스마트폰 수요가 크게 하락하면서 삼성전기 주가가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는 등 증권가에서 내림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체질 개선'이라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