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미래, 영화평론까지…요즘 침대회사가 성장하는 법

시몬스 뷰티레스트 블랙 자료사진./사진=시몬스 침대

독특한 마케팅으로 매트리스 시장에서 눈길을 끄는 회사가 있다. 매트리스 업계 2위 기업인 시몬스 침대 얘기다. 시몬스는 제품이 드러나지 않은 영상광고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매트리스와 관련이 없는 영화평론가와 AI(인공지능)전문가 강의를 소개하고 있다. 제품을 드러내기 보다 문화를 선도하려는 시도로 실적을 이끄는 전략이다.

19일 시몬스 침대에 따르면 이달 초 온라인 동영상 채널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소셜라이징 콘텐츠 시리즈' 조회수는 2만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동진 영화평론가와 이독실 과학커뮤니케이터 겸 칼럼니스트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에서 진행한 강연 영상이다. 시몬스 제품과 관련이 없는 '영화평론가의 삶'과 의 'AI에게 대체되지 않는 방법'이 강연 주제다.


콘텐츠는 주력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1980~2000년생)를 노린 이른바 '문화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다. 명사의 강연을 통해 간접적으로 시몬스 브랜드를 소개하고 트렌드(유행)를 이끌겠다는 것이다. 시몬스 브랜드를 총괄하는 김성준 전략기획부문 상무는 "좋은 얘기를 듣고 싶어 하는 소비자 수요(니즈)를 반영했다. 내용도 제품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시몬스는 수년 전부터 최신 트렌드를 소개하고 선도하는 데 사활을 걸고있다. 매트리스는 특성상 구매·교체 주기가 7~10년으로 길고, 가격대도 높아 최종소비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고관여상품'이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김 상무는 "매트리스는 매일 소비하는 게 아니라 계속 매출이 발생하진 않는다. 브랜드와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나아가 팬덤(열성 팬)까지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이동진 강연을 다룬 시몬스 소셜라이징 콘텐츠 시리즈./사진=시몬스 침대

올해 2월 문을 연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도 이런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다. 대지면적 495㎡(150평) 규모의 유럽 육가공품(샤퀴테리) 상점을 연상케 하는 공간으로 식음료와 독특한 굿즈를 판매할 뿐 매트리스는 찾아 볼 수 없다. 매장 누적 방문객은 지난 12일 기준 5만명, 판매액은 2억원이다. 온라인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도 비슷한 공간을 선보였다.


매트리스 제품이 등장하지 않는 이른바 '침대 없는 침대광고'는 시몬스를 기억하는 대표적인 이미지다. 2019년부터 시몬스 영상광고에는 제품이 등장하지 않는다. 특히 올해 초 무의식적인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제작된 독특한 광고영상인 '오들리 새티스파잉 비디오(OSV)'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유튜브 조회수가 2000만회를 넘었다. 이 밖에도 2018년 문을 연 경기 이천 시몬스테라스 농특산물 직거래 장터 '파머스 마켓'이나 오는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브레이킹 댄스 국가대표 김예리·전지예 선수를 후원하는 것도 매트리스와는 거리가 멀다.

이런 마케팅 효과는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시몬스의 매출은 3054억원으로 2019년 2000억원을 돌파한 지 2년 만에 1000억원을 넘어서 급성장하고 있다. 대표업체인 에이스침대 (26,400원 0.00%)와 격차도 409억원 가량으로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시몬스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 악재도 있지만 올해도 실적 신장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