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도, 이재명도…'책임론' 첫 공론화, 전대 앞둔 이재명 '고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충남 예산군 덕산 리솜리조트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해 미소짓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23~24일 20대 대통령 선거 및 지방선거 패배 원인 분석과 쇄신 방안을 논의하는 의원 워크숍을 마쳤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운영 및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오만, 독선 등 민주당의 고질적 병폐는 물론 이른바 '이재명 책임론'에 대한 성찰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둔 이재명 의원의 고심이 깊어지는 지점이다. '친문'(친 문재인 대통령) 인사인 홍영표 의원은 워크숍 기간 이 의원에게 사실상 '동반 불출마'를 제안했다.


文정권 정책 태도 도마위 "내로남불, 오만, 독선 반성해야"민주당은 23~24일 1박2일간 충남 예산군 덕산리솜리조트에서 '국회의원 워크숍'을 개최했다. 전날 '민주당의 진로'를 주제로 전체토론을 했고 '무엇을 할 것인가'를 두고 조별 토론을 진행했다.

조승래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24일 오전 워크숍 내용을 브리핑하며 "문재인 정부와 당의 운영 및 정책 태도에 관한 부분이 제시됐다"며 "특히 재보궐 선거, 대선, 지방선거 과정에서 민심에 부합하지 않았다는 당 안팎의 비판에 대해 겸허히 수용하고 출발해야 한다는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중앙당의 정책 및 선거 전략 실패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조 위원장은 "정책적 오류 부분에 대해 당 안팎으로 여러 이야기가 있었지만 공론화되지 못했다"며 "치열하게 토론했더라면 정책 수립과 입안 과정에서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 결정하고 집행한 후 결과로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오류를 수정하는 과정에서도 설득력있게 접근하지 못했다"며 "그러다 보니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도 설득력 있는 비전을 제시 못 하고 주장이 상충해 국민 혼란을 가중했다"고 했다.

특히 내로남불, 오만, 독선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한다. 조 위원장은 "수년간 누적된 결과라는 공통된 인식"이라며 "특정 사람에 대한 책임에 경중을 따질 수 있지만 당 구성원 전체가 책임과 성찰, 반성해야 하는 데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4일 충남 예산군 덕산 리솜리조트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이수진, 오영환 원내대변인이 의원들을 대표해 결의문을 낭독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인천 간 이재명, 서울 간 송영길…"공천 과정, 국민 눈높이 부족했다"대선과 지방선거를 지휘했던 이 의원에 대한 성찰 목소리 역시 높았다. 조 위원장은 "어떤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지, 미래에 대해 (국민들이) 선택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정권교체론이 있었음에도 민주당만의 비전과 시대정신, 가치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성찰해야 하고 이는 비전을 세우고 당을 혁신하는 데 밑거름 될 것이라는 말이 있었다"고 했다.

공천 과정이 국민 상식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조 위원장은 "핵심 당원들의 눈높이가 어떠하든 국민 눈높이에서 보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한데 부족한 것 아니었나, 특히 공천 과정에서 부족하지 않았냐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계파 갈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조 위원장은 "당내 조직이나 인간관계 등을 '제로 베이스'에서 새로 구성하는 게 중요하지 않냐는 문제 의식이 있다"며 "운동권인가 아닌가, 어떤 정부와 같이 했나, 이 연고의 기득권 깨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모임과 조직은 다양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국민들이 원하는 의제 중심으로 (모임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이 강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오른쪽) 의원과 홍영표 의원이 24일 충남 예산군 덕산 리솜리조트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을 마친 후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친문, '동반 불출마' 카드로 압박…이재명, 고심 깊어진다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재명 의원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민주당이 잇따라 국민 선택을 받지 못한 것과 관련 문재인 정부와 이 의원의 책임론이 이번 워크숍을 통해 사실상 모두 공론화된 상황이다. 친문 인사들은 '동반 불출마' 카드로 이 의원을 압박하고 있다.

친문 인사인 홍영표 의원은 이날 워크숍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당을 하나로 단결시키고 통합하는 리더십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과연 이재명 의원이나 제가 출마하는 것이 좋거나 도움이 되는 것인지 판단해 보자고 했다"고 밝혔다.

앞서 친문계로 꼽히는 전해철 의원은 이달 22일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 재선 의원 48명 중 35명이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에 중요한 책임이 있는 분들은 전당대회에 나서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밝힌 직후다. 핵심 친문계 인사들과 이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이날 워크숍 후 기자들과 만나 "많은 분들의 좋은 의견을 들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정당으로서 경제 위기 극복 방안이나 민생 어려움을 해결할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23~24일 워크숍을 통해 "오직 국민, 오직 민생을 위해 하나가 되겠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유능하고 겸손한 민생정당 △국민을 지키고 국민과 함께하는 강력한 야당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한 끊임없는 혁신을 결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3일 충남 예산군 덕산 리솜리조트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