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차 시간전에 나와!" 오토바이로 출근 중 '쿵'…산재 아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대중교통이 잘 다니지 않는 이른 시간 출퇴근해야 하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새벽 시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본인의 오토바이로 출근하다 교통사고가 난 근로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이번에는 산업재해(산재)로 인정받지 못한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2007년 여름, A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직장으로 출근하던 중 신호대기 중이던 승용차의 뒷부분을 들이받는 교통사고로 무릎뼈와 발목뼈가 골절됐습니다. A씨는 이 사고가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승인신청을 했습니다. 그러나 공단은 교통사고가 사업주의 지배 관리 아래에서의 출퇴근 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이 사건은 법원으로 갑니다.


A씨의 원래 출근시간은 오전 7시였습니다. 그러나 사고 당일에는 상사로부터 더 일찍 출근하라는 업무지시를 받고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는 시간대에 출근하게 됐다고 A씨는 주장했습니다. 이 때문에 해당 사고는 사업주의 지배 관리 범위 안에서 발생한 산재라는 것입니다.

출퇴근 사고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에 해당하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출퇴근하다 발생한 사고여야 합니다. 또 출퇴근용으로 이용한 교통수단을 근로자의 권한으로 선택한 것이 아닐 때 업무상 재해로 인정됩니다.

그러나 외형상으로는 출퇴근의 방법과 경로 선택이 근로자에게 맡겨진 것처럼 보이지만, 업무 특성상 출퇴근의 방법에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는 출퇴근 중에 발생한 재해와 업무사이 밀접한 관련성이 있고 재해는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판단도 있습니다.


이번 사고는 어땠을까요. 1심 재판부는 공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A씨의 사고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한 겁니다.

△A씨의 근로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였지만 계절이나 업무 등을 고려해 상사의 재량으로 조정할 수 있었고 △임금은 일급으로 받으면서 출퇴근과 관련한 비용은 받지 않았다는 점 △사고 당시 A씨가 탄 오토바이가 A씨 소유였던 점 △출퇴근 방법과 경로는 A씨의 선택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 사고가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 아래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2심을 청구했습니다. 2심에서 A씨는 사고 당일 출근시간에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아 사실상 자신의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결도 1심과 같았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고는 A씨 소유의 오토바이를 이용하다 발생한 사고이고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으려면 업무나 근무지 특성으로 출퇴근 방법에 선택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사고 발생 시간이나 지점을 보면 상사의 지시는 출근시간에 늦지 않게 출근하라는 의미였고, 대중교통이 없는 시간에 출근하라는 의미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A씨의 자택이 버스정류장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정은 개인의 주관적인 사정에 불과하기 때문에 출퇴근 방법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봤습니다. 이후 대법원도 같은 판결을 하면서 이 사고는 산재로 인정받지 못한 사례로 남게 됐습니다.

◇관련 법령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①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相當因果關係)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3. 출퇴근 재해
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
나. 그 밖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