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일기' 앞세운 PSG에 "나치 상징 같은 것" 지적한 프랑스인 파비앙

머니투데이

채태병 기자

파비앙이 국내 파리 생제르맹(PSG) 팬카페에 올린 메신저 대화 내용. /사진=네이버 카페 'PSG KOREA' 캡처

파리생제르맹(PSG)의 일본 투어 홍보 영상에 욱일기 CG가 삽입된 모습.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프랑스 명문 축구팀 파리생제르맹(PSG)이 일본 투어 홍보 영상의 '욱일기'를 삭제했다. 알고 보니 파리 출신 '대한외국인' 파비앙이 PSG 구단 측에 문제를 직접 제기해 바로잡은 것이었다.

PSG 공식 유튜브 채널은 지난 16일(한국시간) 'PSG 재팬 투어(Japan Tour) 2022'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PSG의 일본 방문을 홍보하기 위한 영상이었다. PSG는 일본에서 가와사키 프론탈레(20일), 우라와 레즈(23일), 감바 오사카(25일)와 차례로 경기를 펼친다.

문제는 PSG의 일본 투어 영상에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기의 모습이 컴퓨터 그래픽(CG)으로 삽입됐다는 점이다. 국내 누리꾼들은 세심하지 못한 영상을 만든 PSG 측의 행태에 분노했다.

그런데 욱일기가 포함된 PSG의 홍보 영상이 게재된 지 약 2시간 만에 수정됐다. PSG 측은 기존의 홍보 영상을 삭제하고 욱일기 CG가 사라진 영상을 다시 업로드했다.

PSG 측이 이처럼 욱일기 영상을 수정한 데는 방송인 파비앙의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파비앙은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태권도 유단자로 잘 알려진 프랑스인이다. 각종 모델 활동, '비정상회담'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최근에는 한국 영주권까지 취득했을 정도로 우리 문화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인물이다.

/사진=파비앙 인스타그램 캡처

파비앙은 PSG의 팬으로 알려졌다. 그런 파비앙이 PSG가 욱일기와 연루됐다는 소식을 접한 후 직접 PSG 구단 측과 메신저로 소통하며 영상의 수정을 요구한 것.

파비앙은 자신이 PSG 구단 측과 모바일 메신저로 소통한 내용을 네이버 PSG 팬카페에 공개했다. 파비앙은 PSG 측에 "(욱일기 깃발에 대해) 대부분의 유럽 사람은 그것이 일본의 국기 또는 비디오 게임에 나오는 깃발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이 깃발은 일본의 역사에서 욱일승천기라고 불린다. 그 문양은 많은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일본의 전쟁 범죄와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한국에서는 그 의미가 더욱 심각하다. 여기서는 욱일기가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동등한 것으로 간주된다"며 영상 수정을 촉구했다.

파비앙은 메시지를 받은 PSG 구단은 "그런 내용을 알려줘 고맙다. 당신의 조언에 정말 감사해, 파비앙"이라고 답했다. 그 이후 일본 투어 영상에 대한 수정이 곧바로 이뤄졌다.

파비앙이 국내 파리 생제르맹(PSG) 팬카페에 올린 메신저 대화 내용. /사진=네이버 카페 'PSG KOREA' 캡처

파비앙은 네이버 PSG 카페에 "PSG 일본 투어 영상을 보고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대신 사과하고 싶다. 이번 실수를 통해 프랑스와 유럽 사람들이 (욱일기에 대해) 배웠으면 좋겠다"는 글을 적기도 했다. 또 "내가 PSG 직원은 아니지만, 바로 구단 측에 연락해 영상을 내려달라고 했다. PSG 측에서 영상을 수정해 다시 올린다고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파비앙에게 정말 감사하다. 한국에 대한 진심이 느껴진다", "욱일기에 대해 알고 있어도 직접 행동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너무 멋지다", "파비앙을 명예 한국인으로 위촉해야 한다" 등 응원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