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10개 줄였는데 8개 새로 추가" 카카오 구조조정 딜레마

지난 4월 6일 온라인기자간담회에서 김성수 카카오 CAC 센터장이 "연내 30~40개의 계열사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카카오 (46,650원 ▼350 -0.74%)가 공언했던 계열사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넉 달간 전체 계열사는 138곳에서 134곳으로 줄어드는 데 그쳤다. 연내 30~40개의 계열사를 줄이겠다던 김성수 카카오 의장의 공언이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단순한 계열사 '수'보다는, 불필요한 계열사를 얼마나 쳐내는지 등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 카카오 구조조정을 평가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수 CAC 센터장의 약속 "연내 30~40개 계열사 줄인다"앞서 지난 4월 카카오는 내수시장에만 머물러 있다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돌파하겠다는 각오를 담은 '상생안'을 발표했다. 당시 상생안을 발표한 김성수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 센터장은 "CAC의 가이드라인과 핵심 사업을 벗어나거나 운영이 비효율적이거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있는 계열사를 계속 정리해 연말까지 30∼40개 계열사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상생안 발표 당시 계열사는 139곳이었다. 최대 40개의 계열사를 연내에 줄이겠다던 김성수 센터장의 공언과 달리 8월 기준 카카오 계열사는 134곳이다. 카카오가 지난 16일 발행한 '기업집단 설명서'에 따르면 록앤올 등 7개 법인의 청산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를 감안해도 연내 계열사 30~40개를 청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10여개 손자회사와 관련된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작업이 최근 전면 중단되면서 계열사 구조조정이 급격히 늦춰지는 모양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가 계열사 통폐합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가장 밀접한 연관을 지닌 곳이었다.
구조조정 와중에도 콘텐츠기업은 계속 인수

카카오게임즈의 글로벌 히트작 오딘. /사진=카카오게임즈

카카오가 지난 넉 달 동안 계열사를 줄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올해 5~7월의 경우 10개의 법인을 청산하거나 통폐합하는 와중에 8개의 계열사를 편입시켰다. 이 중 대다수가 웹툰과 웹소설, 게임 등 콘텐츠를 담당하는 기업군이다. 골목상권 침해와는 거리가 먼 업종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 기간 중 늘어난 법인에는 서울시의 민간투자사업으로 음악전문 공연장인 아레나를 짓기 위해 설립한 서울아레나 특수목적법인 등이 포함돼 있다"며 "경쟁력 있는 콘텐츠 확보를 통해 K-콘텐츠의 글로벌 확장을 추진하기 위한 투자 등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미 콘텐츠기업은 카카오 계열사 중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웹툰, 웹소설, 게임 등 K-콘텐츠를 담당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비상장 (640,000원 0.00%)와 카카오게임즈 (21,700원 0.00%)의 계열사가 포함된 '글로벌 IP(지식재산권)-문화생태계' 부문 계열사가 76곳으로 전체의 56.7%다. 이들 중 대다수는 직원 수 10인 미만의 소규모 창작집단이다.
계열사 숫자에 연연하기보단 실제 효율성 제고 측정해야

카카오 2022년 2분기 연결기준 실적/사진=카카오

카카오의 콘텐츠 계열사 확장은 당분간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K-콘텐츠 바람을 타고 콘텐츠 매출 비중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올해 2분기 카카오의 연결기준 매출 1조8223억원 중 콘텐츠 매출은 절반에 가까운 891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1% 늘었다.


콘텐츠부문에 속한 스토리(2276억원), 뮤직(2093억원), 미디어(1180억원), 게임(3368억원) 등이 모두 고르게 성장했다. 골목상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카카오의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사업이다. 김성수 센터장 역시 "현재 10%대인 해외 매출비중을 3년 안에 30%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서도 우수한 콘텐츠 계열사 확장은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카카오가 30~40개의 계열사를 줄이겠다고 발표한 것은 골목상권 이슈에 걸리는 곳들만 단순히 셈해본 결과일 것"이라며 "전체 계열사의 숫자가 얼마나 증감하는지보다는, 내수시장 관련 계열사와 글로벌 콘텐츠 계열사를 구분해서 카카오공동체의 사업 효율성을 얼마나 높이는지 그 효과를 기반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