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올해 최대 두 번 더 올린다"...연말 3% 안팎 갈듯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한국은행이 당분간 추가 빅스텝(한번에 0.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하지는 않겠지만 물가안정을 최우선에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제유가가 하락함에 따라 8월 소비자물가가 7월보다 낮게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물가가 조기에 정점을 찍더라도 여전히 5%대의 높은 물가상승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올해말 기준금리가 2.75~3%까지 오를 수 있다는 시장의 전망에 대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여전히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기준금리를 연내 0.25%포인트씩 한 두 차례 더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한은은 25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네 번 연속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은 올해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을 5.2%로 전망했다. 지난 5월 전망치(4.5%)보다 0.7%포인트 올린 수치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9.0%·1월 전망기준)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편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기존 2.7%에서 2.6%로 소폭 낮췄다.

한은 금통위는 국내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물가안정이 성장보다 더 시급한 정책과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에서 "국내 경기의 하방위험이 커지고 대내외 여건의 높은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면서도 "물가가 목표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도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성장이 중요하지만 물가가 오르면 근로자들의 실질소득이 떨어지게 되고 그 비용은 주로 취약계층, 저소득층에게 돌아가 성장 못지않게 국민 후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우리 성장률이 다른 나라 하락폭보다 크지 않은 한 물가중심으로 국민경제를 운영해 나가는게 모두에게 바람직한 일"이라고 밝혔다.

또 물가정점이 앞당겨지더라도 하반기 한국 소비자물가가 여전히 5%대의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이라 내다봤다. 이 총재는 "국제유가가 낮아져 이달 소비자물가가 지난달보다 낮게 나올 가능성이 크지만 정점을 찍고 계속 하락할 것인지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물가상승률이 당분간 5%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에 물가안정을 중심으로 한 통화정책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연말 2.75~3.0% 기준금리를 기대하는 시장 전망은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등 주요국 통화정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도 우려할 사항이라 진단했다. 이 총재는 "현 시점에서 3개월 이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혼선을 줄 수 있다"며 "9월에 연준 결정, 10월말~11월초에 중국 전당대회, 올겨울 가스가격 변동에 따른 유럽 상황, G20(주요 20개국) 회의 등을 고려할 때 6개월 뒤에 어떻게 하겠다고 말하는건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이 총재는 "한은은 정부로부터의 독립은 개선됐지만 미국 연준으로부터는 독립적이지 않다"며 "금리 정책을 통해 물가안정을 경기 경착륙 없이 달성할 수 있느냐는 것은 외부충격에 의해 결정될 것이기에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의 외부충격이 없다면 경기 경착륙 없이 물가안정 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1340원 선을 넘어 급등한 원/달러 환율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위기론에 대해서는 부정했다. 이 총재는 "제가 IMF(국제통화기금)에서 왔는데, 어느 IMF 직원에게 물어봐도 150%까지 외환보유액을 쌓으라고 얘기할 사람이 없다"며 "환율과 관련된 우려는 환율이 올라 수입물가가 상승하거나 원자재 가격이 올라 국내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까 우려하는 것이지 1997년, 2008년과 같은 유동성 위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IMF는 △연간 수출액의 5% △시중 통화량(M2)의 5% △단기 외채의 30% △외국인 증권 및 기타투자금 잔액의 15% 등을 합한 규모의 100~150% 수준을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본다. IMF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외환보유액 비중은 98.94%로 권고 수준에 못 미친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이같은 판단에 대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이라 평가했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늘 회의만 놓고 보면 생각보다 매파적으로 이야기한 것"이라며 "물가가 예상보다 빨리 안 빠지면 계속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이야기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한국 성장률이 11월에 확인했을 때 꺾일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올해 (기준금리를) 2.75%까지 올려놓고 내년 1분기 물가를 보며 한번 더 올릴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1월까지 연속 인상해 3%까지 올리고 거기서 끝나지 않을까 보고있다"며 "경기 우려가 가장 크고 난방비, 전기요금 등 물가도 불안하지만 이 부분은 수요측 인플레이션이라고만은 볼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