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병역특례 적용, 이제 고민보다 답이 나와야할 때

사진제공=빅히트뮤직

그룹 방탄소년단(BTS)에 대한 병역특례 적용 문제가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 사안이 불거진 건 벌써 4년째다. 하지만 뚜렷한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 시간은 흘렀다. 연말이면 BTS의 맏형인 진이 군입대해야 한다. 과연 왜 이런 상황에 이른 것일까?


지난달 31일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이 주인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건데 병역 문제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어떻게 보고 있는지 BTS 문제에 한해서 빨리 파악을 해서 대처하는 게 필요하다. 빠른 시일 안에 BTS에 대한 여론을 참고해서 정책 결정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에 이종섭 국방부장관은 "오늘 아침에 ‘데드라인 정해놓고, 그 안에 결론 내린다, 그리고 여론조사 빨리 하자’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고 답했다.



‘여론조사’라는 키워드에 대중은 성이 났다. 국민의 의무인 병역에 대한 특례 적용 여부를 놓고 이제 와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는 국방부의 방침에서 ‘무책임’이 느껴진 탓이다. 그러자 국방부는 서둘러 "현재 BTS 병역문제와 관련해 국방부가 마치 여론조사로 정책 결정을 하는 것처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바 국방부의 입장을 명확히 알려드린다"면서 "국방부는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BTS 병역문제에 대한 의사 결정을 하지 않을 것임을 거듭 알려드린다"고 수습에 나섰다.


대중과 업계가 여론조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시기와 방식 모두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2022년이 3개월 남은 상황에서 ‘참고 자료’로만 쓸 여론조사를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게다가 그 문항 작성 및 여론조사에 참여하는 인원을 정하는 기준 역시 명확하지 않다.


게다가 어떤 결과가 나와도 논쟁의 불씨는 살아있다. ‘BTS에게 병역특례를 적용해야 한다’는 질문에 대한 찬반은 분분할 수밖에 없다. 찬성 비율이 높아 병역특례를 결정한다손 치더라도, 반대 의견을 낸 설문 참가자들은 쉽게 수긍할까? 찬성 비율이 높게 나왔는데, 결과적으로 병역특례를 적용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설문 결과가 반대 결론을 낼 거면 굳이 비용과 시간을 들여 여론조사를 한 이유가 있었냐는 지적이 나올 것이 불보듯 뻔하다.



그렇다면 국방부는 왜 이같은 행보를 보일까? 어떤 결정을 내더라도, 그 책임에서 최대한 자유로워지고 싶어하는 속내가 읽힌다.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낸 결론이라는 일종의 ‘빠져나갈 길’을 만들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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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점에서 BTS의 병역특례 적용을 두고 가장 먼저 밟아야 할 단계는 단연 ‘형평성’과 ‘기준’이다. 현재 문화예술인들이 입상 시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는 대회는 총 42개다. 클래식, 무용 관련 경연이 많고 바둑이나 국악 등 일부 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면 병역특례 대상이 된다. 체육인의 경우 올림픽은 동메달, 아시안게임은 금메달 이상의 성과를 냈을 때 병역특례를 받는다.


그럼 다시 묻자. 이런 경연에 참가해 입상 후 병역특례를 받는 이들과 비교할 때, BTS가 거둔 성과가 미미한가? 절대적 수치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BTS를 통해 한국을 알게 되고, 한국을 좋아하게 됐으며, 한국어를 배우게 됐다는 이들의 수가 월등히 많다. 이렇게 놓고 볼 때, BTS의 병역특례 여부가 시끄러운 이유는 그들의 ‘유명세’일 수 있다. 병역특례 적용을 받는 40여개의 대회는 대부분 대중적 접근성이 낮다. 대중이 이를 인식하고 의견을 개진할 여지가 적다는 의미다. 하지만 BTS는 다르다. 대중 연예인으로서 항상 대중의 관심사 안에 있다. 그렇다 보니 성과 자체만 놓고 볼 때는 그들의 영향력을 인정하지만, 병역특례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너도나도 말을 보태며 어지러워지는 형국이다.


그 핵심은 ‘기준’이다. 기존 40여개 대회는 이미 ‘일정 이상 성적을 거두면 병역특례가 주어진다’는 기준을 세우고 있다. 그 기준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잡음이 적다. 하지만 새로운 기준과 조항을 만들 때는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일례로 지난 2002년, 국가대표 축구 선수들은 월드컵에서 사상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하며 병역특례를 받았다. 2006년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에 오른 야구선수들이 혜택을 누렸다. 하지만 이후 선택적 특혜라는 비판에 직면하며 이 조항은 삭제됐다.


결국 BTS가 병역특례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기준’이 서야 한다. 미국 빌보드 차트일 수도 있고, 빌보드어워즈나 그래미어워즈일 수도 있다. 일단 명확한 기준이 수립된다면 객관적으로 그 기준에 맞추면 된다. 하지만 국방부는 그 기준을 제시하기보다는, 불분명한 결과를 도출할 수밖에 없는 여론조사 카드를 꺼냈다.


그 결과, BTS에 대한 부정적 여론만 더 커지는 모양새다. 그들은 먼저 "병역특례를 달라"고 한 적이 없다. 다만 "조속히 결과를 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야 향후 행보에 대한 계산이 서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금 공은 국방부에게 넘어왔다. 답을 내릴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