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등 뒤 폭락한 美 '밈 주식'의 비극…CFO 극단 선택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AFPBBNews=뉴스1

올해 미국 뉴욕증시의 대표 '밈(Meme)주식'으로 주목받았던 목욕용품 전문매체 베드배스앤드비욘드(BB&B)가 주가조작 소송, 경영난에 이어 최고재무책임자(CFO) 사망이라는 삼중 악재에 직면했다.

4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은 지난 2일 뉴욕의 고층 건물에서 추락해 사망한 50세 남성이 BB&B의 구스타보 아르날 CFO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뉴욕시 경찰은 지난 2일 '젠가' 타워로 불리는 뉴욕시의 57층 고층 건물 인근에서 추락해 사망한 50세 남성을 발견했고, 이후 그를 BB&B의 CFO로 확인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뉴욕 경찰국은 아르날 CFO가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봤다.

아르날 CFO는 2020년 5월 BB&B의 CFO로 합류하기 전 대형 약국 체인인 월그린스부츠얼라이언스(WBA), 생활용품 브랜드 프록터앤드갬블(P&G), 화장품업체 에이본(Avon) 등에서 20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재무 베테랑이다.

주요 외신은 BB&B가 최근 심각한 경영난 및 주가조작 소송에 휘말린 상황과 아르날 CFO의 죽음의 연관성에 주목했다. CNBC는 "아르날 CFO는 BB&B가 최근 오프라인 매장 150개를 폐쇄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사망했다"고 짚었다. BB&B는 지난달 31일 대출 포함 5억 달러(약 6825억원) 이상의 새로운 자금 확보를 위해 오프라인 매장 폐쇄와 직원 20% 감축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BB&B 주가는 앞서 다른 밈 주식인 게임스톱의 라이언 코헨 회장의 대규모 투자 소식에 지난 8월 중에만 무려 300% 이상 폭등했다. 당시 20세 대학생이 BB&B 주식 투자로 한 달 만에 1100만 달러(약 150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코헨 회장, 아르날 CFO 등이 BB&B 지분을 매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코헨 회장은 BB&B 지분 전체 매각으로 5800만 달러 이상을 벌었고, 아르날 CFO도 지난달 16~17일 보유 주식 5만5013만주를 140만 달러에 매각했다. 이들의 지분 매각과 BB&B의 실적 부진 발표까지 맞물리면서 올해 초 15달러대였던 회사의 주가는 2일 기준 8달러대까지 추락, 올해 하락률만 40.81%에 달했다. 8월 16일 종가(23.08달러)를 기준으로는 60% 넘게 하락한 상태다.

BB&B의 올해 2분기 매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의 매출 7% 감소를 훌쩍 뛰어넘는 하락 폭으로 회사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잇따라 제기됐다. BB&B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연 매출 감소를 기록하고 있다.

BB&B 주가 폭락에 분노한 일부 주주들은 BB&B·아르날 CFO·코헨 회장을 주가 조작으로 12억 달러 손해를 봤다며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아르날 CFO가 내부 거래 통제를 통해 특정 시점에 BB&B 주식이 시장에 대량으로 풀리지 않도록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BB&B는 지난달 31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문서를 통해 "일부 주주들의 불만 사항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하면서도 주가 조작 주장에 대해선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