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유가 상한제 멍청한 결정…동참하면 가스도 석유도 없다"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FPBBNews=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이 주도하는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에 동참하는 나라에는 석유, 가스 등 에너지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7차 동방경제포럼'에서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에 동참을 권하는 건 "멍청한 짓"이라며 에너지 가격 상승과 경제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이해관계에 상충된다면 아무것도 공급하지 않을 것이다"며 "가스도, 원유도, 석탄도, 휘발유도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할 때 일정 수준 이상 가격은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러시아가 원유 수출을 통해 얻는 이익을 제한하고 세계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미국은 각국이 유가 상한제에 동참할 수 있도록 강제 이행 체계를 구상하고 있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은 지난 2일 회담을 열어 이 제도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G7은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금지 조치 시행일인 12월 5일에 맞춰 유가 상한제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서울에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을 만나 유가 상한제 도입 취지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앞서 러시아는 원유 가격 상한제에 동참하지 않는 나라에만 에너지를 수출하겠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러시아는 한국을 향해서도 경고했다. 이날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러시아 외무부 국장은 자국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이 한국을 가격상한제에 끌어들이려는 걸 알고 있다"며 "한국이 참여하면 경제에 부정적 결과를 자초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세계 2위 원유 수출국이자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이다. 유럽은 평소 천연가스의 40%, 원유의 30%를 러시아에 의존한다.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서방의 대러 제재에 맞서 러시아는 에너지를 무기화해 유럽을 압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