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협상 말하며 군 동원령…러시아 안보리 거부권 뺏어야"

[이지움=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하르키우주 이지움을 방문, 국기 게양식에 참석해 국가를 부르고 있다. 2022.09.15.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러시아는 전쟁을 원한다"고 규정하고 러시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위 박탈과 전쟁범죄 처벌을 요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제77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그들은 협상을 거론하지만 부분 동원령을 발표한다"면서 러시아가 전쟁 종식에 진지한 뜻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연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에 대한 부분 동원령을 발표한 지 하루가 되지 않은 시점에 이뤄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의 취임 직후부터 러시아와 전쟁을 막기 위해 88차례의 회담을 가졌다면서 "그러나 러시아는 전면적인 침공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지금도 러시아가 협상을 말할 때는 자신들의 후퇴를 늦추고 싶을 때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는 침략자들을 국제적으로 인정된 우크라이나 영토 밖으로 밀어낼 것"이라며 "인류와 국제법은 테러리스트 국가보다 강하다. 러시아는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종전의 최우선 조건으로 러시아의 범죄에 대한 정당한 처벌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그는 "침략자가 국제기구의 의사결정 당사자라면 그로부터 격리될 필요가 있다"며 유엔 안보리에서 러시아의 거부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러시아가 침략 당사자이면서도 거부권 행사를 통해 전쟁 중단에 대한 안보리 의결을 막고 있는 것을 짚은 것이다.

그는 이지움과 부차에서의 러시아에 의한 집단 학살 의혹을 언급하며 "생명을 지키기 위해 무기와 포탄이 필요할 경우 제공돼야 한다. 재정적 도움이 필요하다면 역시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에 대한 특별 재판소 설치와 전쟁 보상금도 요구했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를 막기 위해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가격 상한제 도입도 거듭 촉구했다. 또 우크라이나 안보 회복과 영토 보전, 안전 보장 등을 협상 불가능한 종전 조건으로 못박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평화를 원하지만 진실하고 정직하고 공정한 평화를 원한다"며 "러시아의 테러가 더 멀리 갈수록 그들과 세계와의 대화 가능성은 작아진다"고 말했다.

25분에 걸친 그의 연설이 끝나자 총회 참석자 대부분이 기립해 1분 가까이 박수를 보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유일하게 화상으로 연설했다. 의사 규칙상 일반토의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 등 고위급 인사들은 반드시 대면 연설을 해야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 중이라는 점을 고려해 예외를 인정받은 것이다. 유엔총회는 지난 16일 이에 대한 결의안을 통과시켰으나, 러시아와 북한, 쿠바, 시리아 등은 반대표를 행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