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빅스텝'에 원/달러 환율 10원↓…"그래도 더 오른다"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2.10.12.

지난 11일 종가 기준 1435원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이 12일 다시 1430원선 아래로 내려왔다. 시장은 이날 한국은행의 역대 두 번째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세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0.3원 내린 1424.9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지난 11일 1435.2원을 보이며 9월 30일(1430.2원) 이후 5거래일 만에 1430원선을 넘겼는데 하루 만에 다시 1420원대로 떨어졌다.


이날 원/달러 환율 하락은 한은 금통위가 빅스텝을 단행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미국과 금리 격차가 좁혀져 원화 가치가 상승(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을 받는다.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3%로 0.5%p 인상했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연 3.0~3.25%)와 격차가 상단 기준으로 종전 0.74%p에서 0.25%p로 좁혀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원/달러 환율 급등을 빅스텝 결정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은 것도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환율 상승으로 상방 리스크가 추가 증대된 점, 환율 상승 기대가 자본 유출 압력을 높이고 외환시장의 쏠림현상을 유발하는 등 금융 불안 요인으로도 일부 작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정책 대응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늘 금통위 결정이 원/달러 환율에 미친 영향이 없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 총재가 명시적으로 환율을 언급한 것도 일부 반영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2.10.12.

시장은 이날 외환당국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세도 원/달러 환율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외환당국은 환율 안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구두개입이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나선다. 아울러 이날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도 전일 대비 소폭 하락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2일 오후 3시 16분 기준(한국시간) 달러인덱스는 전일보다 0.05% 낮은 113.17을 보였다.

시장은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오는 13일(현지시간) 발표되는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변수다. 9월 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보다 높게 나올 경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6월, 7월, 9월에 이어 네 번째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져 강달러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 올해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11월 1~2일, 12월 13~14일 등 두 차례 남아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달러화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최근 수출까지 안 좋은 상황이라 (원/달러 환율 상승의) 방향성이 당분간 크게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