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없이 적은 치료감호, 제2김근식 키운다

김근식/사진=뉴스1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로 신상정보 등록처분을 받은 범죄자가 연간 3000여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제2의 김근식'을 막기 위해서 치료감호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판사가 선고하는 약물치료(화학적 거세)의 실효성이 낮기 때문에 형 집행 후에도 상당 기간 치료감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19일 법무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로 신상정보 등록처분을 받은 범죄자는 2607명이다. 하지만 치료감호소 수용자 현황을 보면 성적장애로 수감된 인원은 지난해 50명, 2020년 57명, 2019년 64명, 2018년 84명 등 2017~2021년 간 총 449명으로 연평균 74.8명에 불과하다.




현행 치료감호법에 따르면 치료감호는 검사가 경찰의 요청을 받거나 자체로 판단해 항소심 변론 종결시까지 청구할 수 있다. 법원은 판결로써 치료감호를 선고해야 하고 형 집행이 끝난 후에는 사후적으로 치료 감호를 할 수 없다.

소아성기호증이 의심되는 성범죄자가 있어도 수사당국에 검거된 후 검사 요청과 법원 판결 없이는 치료감호를 받지 못하다 보니 체계적인 재범 방지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법무부는 소아성기호증이 있는 아동성범죄자들에게는 사후적으로도 치료감호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치료감호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은 소아성기호증이 있는 피치료감호자의 치료기간을 횟수 제한 없이 연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 치료보호법 개정안 입법예고 기간"이라며 "추후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등을 거쳐 국회에 제출하겠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김근식이나 조두순 같이 이미 형이 선고된 아동성범죄자도 치료 필요성에 대한 요건 판단 후 치료감호가 가능해진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전자장치(전자발찌) 피부착자 중 △정당한 사유 없이 준수사항을 위반한 경우 △13세 미만의 사람을 대상으로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는 경우 △소아성기호증이 있는 정신성적 장애인으로서 치료감호시설에서 입원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는 경우에 대한 치료감호 특례 규정을 도입한다.



이 요건에 모두 해당하는 전자장치 피부착자가 있을 경우 보호관찰소장이 검사에게 치료감호 청구를 신청하면 검사가 전문의 진단·감정을 받아 법원에 신청한다.

전문가들도 치료가 필요한 소아성애증환자를 사회와 격리해 범죄를 막고 자발적 치료 의지를 가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춘기 이전 어린아이를 상대로 성적 충동을 느끼는 범죄자는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데 강제적 약물치료와 같은 극단적 방식은 치료 효과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현재는 약물치료(화학적 거세)를 위한 주사를 판사가 판결해 강제로 맞추거나 치료감호를 종료하는 조건부로 놔준다"며 "판사의 강제력에 의한 치료가 아니라 치료 의지를 가진 소아성애자가 치료 감호를 받으면서 필요에 따라 자발적으로 약물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