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 4m도 안되는 길 '강북>강남'…시민들이 "불안해" 느낀 이유 1위는

머니투데이

김지현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사고 현장 골목 폭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해밀톤 호텔 이태원 압사 참사 사건 현장에 해밀톤 호텔 측 분홍 철제 가벽이 설치돼 있다 /사진=뉴스1

이태원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폭 3~4m'의 좁은 도로가 용산구뿐만 아니라 서울 각지에 적지 않게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남 지역보다 구시가지인 강북 지역에 집중적으로 모여 있었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

4m 미만 도로…구시가지 강북 > 강남 지역

폭 4m도 안되는 길 '강북>강남'…시민들이 "불안해" 느낀 이유 1위는

6일 서울연구원의 '서울시 생활도로 관리실태와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서울의 '생활도로' 중 소방도로에 미달하는 폭 4m 미만 비율은 24%에 달했다. '생활도로'란 폭이 12m 미만으로 좁고 보차분리가 돼 있지 않아 보행자, 차량 등이 혼재돼 사용하는 도로를 말하며 연장(총 길이) 기준 서울시 전체 도로의 76.8%, 면적 기준 41.3%를 차지하고 있다.

4m 미만 도로 비율을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강남 지역보다 강북 지역에서의 비율이 높았다. 연장 기준 종로구(37.7%)가 가장 높았으며 서대문구(32.6%), 동대문구(32.5%), 성북구(31.2%), 은평구(31%) 순이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용산구는 30.7%였다. 면적 기준으로도 종로구(19.5%), 은평구(16.8%), 서대문구(16.2%), 동대문구(15.8%) 순이었다.

폭 12m 미만 도로를 중심으로 보면 연장 기준으로는 양천구(88%), 성북구(87.1%), 광진구(82.3%) 순이었으며, 면적 기준으로는 양천구(58.6%), 성북구(56.1%), 도봉구(53.7%) 순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연구진은 "전통적인 구시가지가 많은 자치구와 강북에 위치한 자치구에서 작고 좁은 길의 비율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며 "생활도로는 폭이 좁고 보차분리가 돼 있지 않아 보행자 불편 및 사고 위험이 높지만, 안전관리 사각지대가 많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설문 결과에서도 "생활도로 위험…넘어짐·추락 우려"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사고 현장 골목 폭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뉴스1

참사가 벌어지기 전부터 시민들은 생활도로의 위험성에 대해 느끼고 있었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3월 만 15세 이상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생활도로에 대해 '위험한 편이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35.2%로 가장 높았다. '보통이다'는 34.6%, '안전한 편이다'는 24.4%였다. 불안하다고 느끼는 위험요소(3개 복수응답)로는 '교통사고' 84.1%에 이어 '재난·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응 곤란'이 80%, '넘어짐·미끄러짐·추락'이 60.1%가 있었다.

생활도로에서 중점적으로 개선해야 할 시설환경으로는 '불법 주정차·노상적치물 단속'이 46.2%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보행자 편의·안전시설' 43.4%, '폐쇄회로TV(CCTV)' 40.6%, '도로청소 및 쓰레기 투기 단속' 33.1% 순이었다.

이에 연구진은 "보행자와 차량 등이 혼재됨으로 인한 교통사고 등 생활도로의 시설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생활도로 정비·관리를 위한 공통의 표준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생활도로의 격차 해소는 지역균형발전의 중요한 부분이므로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자치구 보도환경개선 사업, 미끄럼방지포장 등을 위한 특별교부금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2020년부터 구도에 대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도로 매칭 사업을 통해 자치구 생활도로 개선 및 확장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자치구 이면도로 100개소에 대한 노면표시, 안전표지 등 교통안전시설 보완 설치를 이달 중 완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