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첫 제재...공정위, 한국타이어 檢고발

(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7일 오전 대전 대덕구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앞에서 전국금속노조노동조합 한국타이어지회 조합원들이 단체교섭 요구 및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7일 한국노총을 탈퇴한 민주노총으로 가입한 한국타이어 금속노조는 사내 과반수 노조가 됐다. 2022.1.7/뉴스1

대기업집단 '한국타이어'가 타이어 몰드 납품 계열사에 거래가격 등을 부풀려 지원했다는 혐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 고발 등의 제재 조치를 내렸다. 이번 사건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기업의 '부당지원(일감몰아주기) 행위'를 제재한 첫번째 사례다.

8일 공정위는 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한국타이어' 소속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로부터 타이어 몰드(타이어 패턴·디자인 등을 제조하는 틀)를 고가로 구매한 행위에 대해 한국타이어 법인을 고발하고 과징금 80억300만원, 시정명령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한국타이어가 부당지원한 MKT는 한국타이어에 타이어 몰드를 납품해왔던 회사로 2011년 한국타이어 그룹 내 계열사로 편입됐다. 구체적으로 한국타이어는 MKT홀딩스(한국타이어 50.1%, 한국타이어 동일인 조양래 명예회장의 2세 조현범 29.9%, 조현식 20.0% 지분)를 설립, MKT를 인수한 이후 두 회사를 합병했다.

사진자료=공정거래위원회

한국타이어는 MKT 계열편입 직후부터 2013년까지 거래물량을 확대했고, 이에 따라 MKT의 연평균 영업실적은 2008년~2011년 144억7000만원에서 2012~2013년 197억4000만원으로 개선됐다.

2012년 한국타이어는 제작 난이도·인치 별로 몰드 가격을 세분화하는 '신단가 정책'까지 수립했다. 구체적으로 MKT로부터 매입하는 몰드에 대해 판관비 10%·이윤 15%를 보장하는 것이 골자인데, 이는 동종업계에선 활용하지 않았던 이례적인 방식이다.

아울러 한국타이어는 신단가표상 제조원가를 실제 원가보다 30% 이상 부풀려 반영하고 목표 매출이익률(40%) 이상이 실현되도록 설계했다. 또 한국타이어는 신단가표 적용으로 가격인상 폭이 큰 몰드는 주로 MKT에 발주했지만, 상대적으로 가격 인상이 낮은 몰드는 비계열사에 발주했다.


이 여파로 MKT와의 거래가격은 경쟁사보다 15% 높아졌고, MKT의 매출액이 구단가 적용 대비 16.3% 증가했다. 따라서 MKT는 한국타이어의 지원 기간 2014년 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매출액 875억2000만원 △매출이익 370억200만원 △영업이익 323억7000만원을 실현했다. 구체적으로 MKT의 연평균 매출이익률은 42.2%에 달했는데, 이는 경쟁사 대비 12.6%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지원행위로 MKT 경쟁 조건이 부당하게 제고되고, 국내 몰드 제조 시장에서의 지위를 유지·강화할 수 있었다"며 "(한국타이어의) 고가 매입 행위로 시장의 가격경쟁도 훼손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MKT가 수취한 이익은 MKT 주주인 특수관계인들에게 지급된 배당금의 원천이 됐다"며 "MKT는 2016년~2017년 동일인 2세(조현범·조현식)에게 총 108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제재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지명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전원회의(법원 1심 기능) 심의(10월 26일)에 처음 참여한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