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미스터 제로 '대반전'... 입대 앞둔 사나이, 그야말로 철벽이 됐다

SSG 김택형.

SSG 랜더스가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물론 9회 타석에 들어선 타자들이 잘한 부분도 있겠지만 앞서 실점을 막아낸 불펜 투수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그 주인공은 2이닝을 막은 김택형(26)이다.

SSG는 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5-4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통합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놨다.


키움 선발 안우진에 막혀 0-4로 끌려간 SSG는 8회부터 추격을 시작했다. 최지훈이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한 뒤 최정이 김재웅을 상대로 추격의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최정은 이 홈런으로 한국시리즈 역대 최다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이번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5개의 홈런을 기록 중이던 최정은 1차전과 5차전에서 하나씩 때려내 타이론 우즈(7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통산 한국시리즈 홈런 순위는 이승엽(14개), 우즈(13개)에 이은 3위다.

그 다음은 드라마가 작성됐다. 9회 선두타자 박성한이 볼넷으로 1루를 밟았고, 최주환이 끈질긴 승부 끝에 우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바로 김강민이다. 볼카운트 0-2 불리한 상황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최원태의 3구째 슬라이더를 걷어올려 굿바이 스리런포를 작렬시켰다. 짜릿한 끝내기 승리다.

그러나 이 모든 걸 가능하게 만든 건 바로 김택형의 2이닝 무실점 호투였다.


김택형은 이날 김광현-문승원에 이어 팀의 세 번째 투수로 7회 등판했다. 8회까지 2이닝 퍼펙트였다. 삼진도 1개 잡으며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7회 첫 타자 이정후를 6구 승부 끝에 2루수 앞 땅볼로 처리했다. 이날 이정후는 3타수 2안타로 좋은 타격감을 뽐냈는데 김택형의 구위에는 막혔다. 이후 야시엘 푸이그와 김태진을 각각 1루수 파울 플라이, 투수 땅볼로 처리한 김택형은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이지영, 송성문, 신준우로 이어지는 하위타선을 모두 깔끔하게 아웃시켰다.

이렇게 김택형의 2이닝 무실점이 발판이 돼 9회 대역전극 시나리오가 만들어졌다.

경기 후 김원형 감독은 "4점차가 크지만 뒤로 가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김)택형이를 2이닝 던지게 했다"고 말해 굳건한 신뢰를 엿볼 수 있었다.

김택형은 이날만 활약한 것이 아니다. 한국시리즈 4경기에 등판해 모두 무실점 호투했다. 5이닝 2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평균자책점 '0'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SSG가 한국시리즈에서 가진 유일한 변수이자 위험 요소는 불펜이었다.김택형의 시즌 출발은 좋았다. 그러나 중반부터 구위와 제구 모두가 흔들렸고, 결국 마무리 보직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7~8월 성적이 좋아지며 다시 기대를 모았지만 시즌 막판에는 다시 어려움을 겪었다.

롤러코스터같은 시즌을 보냈던 김택형은 한국시리즈에서 날아오르고 있다. 준비 기간 동안 착실히 훈련하며 큰 무대를 기다렸다. 시즌 뒤 입대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한 몸 불사르고 가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그리고 결과로 보여줬다. 김택형의 마지막 불꽃은 박수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