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의 폭스콘, '전기차' 업계 TSMC가 될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류양웨이 폭스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18일 미디어행사에서 자체 개발한 전기차 시제품 모델B를 소개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대만의 아이폰 위탁생산업체 폭스콘(훙하이정밀공업)이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로즈타운모터스(이하 로즈타운)에 2300억원 넘는 돈을 투자하기로 했다. 2020년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폭스콘은 세계적으로 전기차 협력 관계를 확대하고 자체 전기차 시제품을 공개하는 등 산업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이어 전기차를 차세대 먹거리로 보는 셈이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폭스콘은 이날 1억7000만달러(약 2353억원)를 투자해 로즈타운 지분을 추가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WSJ은 이번 투자로 폭스콘이 로즈타운의 신규 발행 우선주와 보통주 지분 18.3%를 확보하고 이사회에 두 명의 이사를 임명할 권리를 부여받게 될 것으로 봤다. 해외 자본의 미국 투자를 검토하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최종 승인에는 3~4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로즈타운은 폭스콘으로부터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엔지니어를 채용하고 오하이오 공장에서 9월 말 생산을 시작한 첫 전기 픽업트럭인 인듀어런스 생산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폭스콘과 손잡고 첫 전기차 개발에도 나설 예정이지만 이와 관련해 구체적 언급은 삼갔다고 WSJ은 전했다.

두 회사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폭스콘은 1년여 전 로즈타운이 극심한 자금난에 처했을 때 로즈타운의 오하이오 공장을 2억3000만달러에, 회사 지분 4%를 5000만달러에 각각 인수하기로 하면서 숨통을 틔워준 바 있다. 오하이오 공장은 로즈타운이 2019년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구입한 것이었다.

로즈타운은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중 하나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에 인수돼 상장됐지만 전기차 개발과 생산에서 기술 및 금전적 난관에 부딪혀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공매도업체 힌덴버그리서치의 실적 부풀리기 폭로로 논란에 휩싸여 증권당국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 일로 로즈타운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였던 스티브 번스가 물러났다.

WSJ은 폭스콘의 이번 로즈타운 투자를 두고 "폭스콘의 전기차 야망이 확장되는 최신 사례"라고 짚었다. 폭스콘은 2020년 유륭그룹과 합작사 폭스트론을 설립, 전기차 시장에 본격 진출한 뒤 협력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전기차 산업에서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폭스콘은 대량 생산, 품질 관리, 관련 광물·소재의 공급망 관리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에는 대만에서 자체 설계한 해치백 모델B와 전기 픽업트럭 모델V 시제품을 공개하며 완성차 생산 능력을 과시했다.

이달 앞서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PIF와 합작회사 시어(Ceer)를 설립해 사우디에서 전기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를 제조해 2025년 출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폭스콘은 오하이오 외에도 대만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했고 태국과 인도네시아에도 생산시설 확보를 추진 중이다.

다만 폭스콘은 자체 브랜드를 단 전기차 출시보다는 아이폰을 생산하듯 전기차 위탁생산을 노리고 있다. 이미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피스커와 전기차 모델 피어를 오하이오 공장에서 위탁생산하기로 계약을 맺었고, 지난달 류양웨이 폭스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미디어 행사에서 세계 최대 전기차회사 테슬라를 향해 위탁생산하고 싶다며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또 폭스콘은 '애플카' 위탁생산업체 유력 후보로 꼽힌다.

폭스콘은 2025년까지 전 세계 전기차 중 5%(약 105만대)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이렇게 되면 매출이 1조대만달러(약 43조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폭스콘 매출의 약 14%에 해당한다. 궁극적으로는 전세계 전기차 생산의 절반을 도맡는다는 게 목표다. 류 회장은 "우리가 기술 산업에서 이룬 것을 전기차 시장에서도 달성할 것"이라며 "앞으로 세계에서 팔리는 전기차의 거의 절반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라며 야심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