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떨어지기 전에? 中 부동산개발사, 신용등급 평가 '자진 탈퇴'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시장 침체로 경영난에 몰린 중국 부동산 업계에서 국제 신용 평가 기관의 신용등급 평가 계약을 철회하는 일이 벌어졌다. 중국 부동산 개발 업계 전반의 신용 위기로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되자 이를 피하려 스스로 발을 뺀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경제 매체 차이신은 부동산 개발 업체 비구이위안이 국제 신용평가사 S&P, 피치와 협의해 두 기관으로부터 신용등급을 부여받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결정의 도화선이 된 건 이틀 전 S&P가 비구이위안 장기 채권 신용 등급을 'BB'에서 'B+'로 강등한 일이었다. S&P는 보고서에서 중국 민간 부동산 개발 기업들의 시장 신뢰가 약화되고 비우이위안 역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다고 서술했다.

비우이위안은 S&P 조치에 "현재 신용평가사들의 평가는 비관적 전망과 부정적 의견만 반영해 공정하지 못하다"고 비판하며 스스로 등급 철회를 제안했다.

9일에는 피치가 비우이위안 등급 부여를 철회했다. 10월 말 비구이위안 외화 채권 등급을 'BB+'에서 'BB-'로 조정했다. 3대 국제 신용평가사 중 비구이위안 신용등급을 메기는 곳은 무디스 한 곳만 남게 됐다. 그러나 무디스마저 지난 6월 비구이위안 신용등급을 Baa3에서 Ba1으로 강등했다.

비구이위안은 채무 불이행이 없는 몇 안되는 기업 중 한 곳이다. 올 10월까지 누적 매출액은 3094억3000만위안(약 58조8071억원)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말 헝다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처리 된 후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들의 디폴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쉬후이가 5800억원대 해외 부채 원리금을 갚지 못한 데 이어 남은 9조7000억원대 해외 부채 역시 상환 의무를 다하지 못할 수 있다고 미리 선언했다.

톈펑증권에 따르면 3분기까지 부동산 기업들의 해외 채무 불이행 규모는 1931억위안(약 36조7063억원)에 달했다. 내년 1분기 만기 도래하는 해외 부채는 1197억위안(약 22조7538억원)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