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젓가락질로 떡볶이 즐기는 파리지앵…'닭발 홀릭'도?

파리 15구 '동네'의 모습. 야외 테이블에서부터 프랑스 현지인들이 젓가락을 들고 떡볶이를 먹고 있었다. /사진=최경민 기자

프랑스 파리에는 '한식 신드롬'이 불고 있습니다. '무슨 국뽕 기사냐'고 하실 수 있겠지만, 국뽕 걷어내고 하는 말입니다. 파리 시내 한식당은 200곳을 넘어 우후죽순 쏟아지는 중입니다. 최근 이곳 외식업에서 일종의 흥행 보증수표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게 한식입니다.

이런 파리의 한식을 상징하는 두 음식은 '비빔밥'과 '떡볶이'를 들 수 있습니다. 비빔밥은 각종 채소와 함께 건강하고 균형잡힌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요리로 각광받아왔습니다. 베지테리언 음식이 이 도시에서 잘 팔리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비빔밥의 인기 이유는 어느정도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명실상부 한식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음식입니다.


떡볶이는 비빔밥 다음 타자로 인식됩니다. 고추장이라는 매운 소스, 떡이라는 이색적인 재료를 활용한, 파리 사람들 시각에서 기묘한 요리. 하지만 각종 K-콘텐츠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요리. 한국의 문화적 위상이 올라가면서 '도전하고픈 요리'가 되고 왔고, 이제는 거기에 중독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메뉴가 프랑스인들도 먹고픈 음식떡볶이의 인기는 우리의 기존 상식을 벗어나는 측면이 있습니다. 매운 음식일뿐더러 "외국 사람들은 떡을 싫어한다"는 속설 때문입니다.

그래서 파리 15구에서 김밥과 떡볶이 등 분식 메뉴로 인기를 끌고 있는 '동네'(Dongne)를 찾아봤습니다. 프랑스 현지화를 위해 '절충 모드 떡볶이'를 만드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아니었습니다. 먹어보니 그냥 어릴 때 분식집에서 먹던 옛날 떡볶이 그 맛입니다. 그래서 '동네'를 운영하는 최현진씨를 직접 만나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고.

'동네'의 떡볶이. 놀랍게도 어릴 적 먹던 '옛날 떡볶이'와 맛이 똑같다. /사진='동네' 인스타그램

"저도 예전에 프랑스 사람들은 떡 식감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거기다 떡볶이는 맵기까지 하잖아요. 그래도 진짜 한국 맛으로 떡볶이를 만들려고 했어요. 한국 분들이 드셨을 때 부끄러운 메뉴로 만들고 싶지 않았던 거 같아요."

"처음에는 진짜 기대도 안 했죠. 그냥 한국 사람들에게만 팔자는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프랑스 사람들이 드셔보시더니, 좋아하더라고요. 한 번씩 1위 메뉴에도 오를정도에요."


"떡의 식감을 싫어한다더니 그게 아니었던 거에요. 우리의 편견이었던 거 같아요. 좋아하던데요? 그냥 예전에는 너무 낯설고 잘 몰라서 못 먹었던 게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프랑스 사람들이 진짜 한국인이 먹는 걸 먹어보고 싶어해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맛을 파리 현지인들이 오히려 좋아하세요. 우리도 베트남 음식점을 가면, 베트남 분들이 많은 곳을 더 신뢰하잖아요? 현지 맛에 가까울 거니까."
"먹어보니 좋아하더라"최현진씨는 "내가 맛있고, 우리가 맛있어하면, 프랑스 사람들도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음식을 팔고 있었습니다. '낯섦'을 극복하는 과정을 지나고 나면 맛있는 음식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그런 측면에서 그는 향후 다른 가게에서 한국식 '닭발'을 팔 생각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본인도 처음에는 닭발을 눈 딱 감고 먹었지만, 지금은 무척 좋아한다면서요.

파리 한식당 '밥바'의 비빔밥. '오리지널 한국식'에 가까운 맛이다. /사진='밥바' 인스타그램

이런 언급은 비빔밥을 주력으로 파는 '밥바'(Bapbar)에서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프랑스 사람들이 촉촉한 음식을 즐겨먹는 점을 의식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비빔밥에 국물을 자작하게 넣고, 완두콩·옥수수까지 넣은 비빔밥을 팔았었다고요. 하지만 이제는 완벽한 한국식 비빔밥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프랑스 고객이 80%를 넘고, 10~20대 손님도 20~30% 정도나 된다고요.

'밥바'는 이동호·김도연 부부가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이동호씨는 "퓨전보다는 오리지널한 음식을 파리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 한국적인 맛이 나야 좋아한다"고, 김도연씨는 "처음에는 거의 안 팔리던 김치만두를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먹어본 사람들은 김치만두를 더 찾는다"고 말했습니다.

비빔밥과 떡볶이 외에 또 인기를 끌고 있는 게 K-디저트입니다. 마레지구의 '비니씨'(Binici)는 한국식 음료와 케이크를 파는 것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데요. 이곳의 사장인 김현빈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시원한 홍초 음료, 밀키스를 연상케 하는 음료를 만든 것 등이 반응이 좋았다 합니다. 한국식 생크림 케이크나 고구마 케이크를 찾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요.

김현빈씨는 "프랑스 사람들은 원래 꾸덕꾸덕하고 쫀득한 스타일의 무스 케이크 위주로 먹었다. 원래 프랑스 사람들이 변화를 좀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안 먹어본 사람들은 시도를 안 하는데, 생크림 케이크를 먹어본 사람들은 이걸 자주 찾는다. 지금은 생크림 케이크가 파리에서 그렇게까지 생소한 느낌은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비니씨의 최고 인기 메뉴인 한국풍 생크림 케이크. 파리지앵들도 먹어보니 좋아하더라며. /사진='비니씨'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