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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파란만장 '임인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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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동우 무대미술가·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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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01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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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우(무대미술가·홍익대 공연에술대학원 교수)
박동우(무대미술가·홍익대 공연에술대학원 교수)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20년 전인 광무 6년 서기 1902년 12월3일(양력) 오전 9시 정각, 광무제 고종이 어좌에 올라 전정을 내려다본다. 경운궁(현 덕수궁) 중화전 마당에 350평 규모로 설치된 가설무대엔 차일이 드리워졌고 황제를 향해 구부려 선 360인의 신하와 33인의 내빈, 그 너머로 106인의 악공이 여민락을 연주하고 188인의 정재무동(남자무용수)이 출연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수백 명의 의장대와 신식군인들이 대한제국 태극기 아래 각종 의장기와 총검을 번쩍이며 도열하고 수백 명의 행사진행요원이 각자 위치에 대기하고 있다. 임인진연(壬寅進宴)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1902년은 특별한 해였다. 1894년 갑오왜란과 1895년 왕비 시해사건 이후 일본의 침략으로부터 조선을 지키기 위해 절치부심하던 고종은 각국 공사관에 둘러싸인 경운궁으로 조정을 옮기고 1897년 황제국가 대한제국을 선포했다. 그리고 몇 해 동안 국력을 기울여 단기간에 서울과 황궁을 정비했다. 도쿄보다 3년 먼저 전신, 전화, 전등, 전차의 4대 근대시설을 동시에 갖춘 후 근대 문명국의 일원으로서 자주국가의 자격을 갖추었음을 국제적으로 알리고 인정받아 나라를 지키고자 했다. 그 외교의 수단으로 마련한 국제 이벤트가 1902년의 '즉위 40주년 기념 칭경예식'이었다. 세계열강 11개국 특사가 참석을 약속한 가운데 기념행사장으로 사용될 서양식 건물 돈덕전과 기념공연에 사용될 극장 협률사 희대, 그리고 각종 부대시설을 완공했다. 그리고 국내행사 '임인진연'의 개최장소인 경운궁 중화전과 관명전도 신축했다.

그러나 봄부터 유례없는 이상저온이 지속되더니 급기야 콜레라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외국 사절들의 안녕을 염려해 국제행사는 일단 연기하고 우선 국내행사인 '진연'만 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역병으로 인해 1차 연기된 개최일이 중화전 완공지연으로 재차 연기돼 결국 12월3일에 개최된 것이다. 고종은 진연 주최자인 황태자에게 "백성들이 우선이니 모든 의식절차를 간소하게 하여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나라살림도 어려운데 진연을 꼭 강행해야 하나 싶지만 진연은 단순한 잔치가 아니었다. 모든 신하가 충성을 맹세해 언어와 문서와 행위로 엄격한 위계질서를 명시하는 국가적 의례였으며 그 단합된 모습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정치수단이었다.

임인진연은 외진연과 내진연, 그리고 야진연, 익일회작, 익일야연 순으로 거행됐다. 이 중 외진연은 황태자를 비롯한 신하들이 황제에게 술을 올리며 충성을 맹세하는 행사로 대한제국의 정전인 중화전 뜰에서 행해졌다. 외진연이 공식적이고 남성적인 행사라면 내진연은 예술적이고 여성적인 행사며 관명전 뜰에서 행해졌다. 그래서 외진연에서 보다 많은 277인의 정재여령(여자무용수)이 출연했고 행사진행요원도 모두 여성이었다.

그로부터 120년 후 다시 임인년을 맞아 대한민국 국립국악원이 '임인진연'을 무대에 올린다. 1902년의 임인진연 중 '내진연'을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재현하는 공연이다. 원래 3월에 공연 예정으로 준비했으나 코로나19 유행으로 1차 연기됐다. 그러나 공연 직전 홍수로 인한 시설문제로 재차 연기돼 마침내 12월16일부터 공연된다. 역병과 시설문제로 두 번 연기돼 12월에 공연하는 것이 마치 120년 전 상황을 다시 보는 듯하다. 이번 공연은 국립국악원의 정악단과 무용단, 객원 등 150명이 출연해 원래 임인진연에 최대한 가깝게 재현하며 고종황제의 시각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연출한다. 그동안 대한제국이 대한민국으로, 황제의 나라가 국민의 나라로 바뀌었다. 재현된 임인진연을 통해 연향식 궁중의례의 진면목과 120년 전 고종의 절절한 심정을 한번 돌아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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