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이사 가면 3000만원 드려요"…日 파격 지원에 국민 반응은

일본 정부는 지난 2019년부터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 소멸 대안으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올해는 이 지원금 기준을 크게 올린다. 사진은 일본 한 지방의 텅 빈 교실. /AFPBBNews=뉴스1

일본 정부가 도쿄 일대에서 지방으로 이주하는 가구에 지급하는 지원금을 대폭 인상한다.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 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가 분산되는 효과가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23회계년도(2023년 4월~2024년 3월)부터 수도인 도쿄를 비롯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주하는 가구에 18세 미만 자녀 1명당 이주지원금 100만엔(약 980만원)을 지급할 방침이다.


현재 30만엔(약 294만원)인 자녀 지원금이 오는 4월부터 3배 넘게 늘어나는 것이다. 지방 이주 가구의 경우 지금까지는 기본지원금 100만엔에 미성년 자녀 1명당 30만엔씩을 받아왔다. 하지만 자녀에 대한 추가 지원금이 100만엔으로 늘어나는 만큼 18세 미만 자녀가 2명인 4인 가구가 받는 지원금은 종전 총 160만엔(약 1567만원)에서 300만엔(2938만원)으로 증가한다.

현재 도쿄 23구에 거주 중이거나 수도권(도쿄도·사이타마현·지바현·가나가와현 등)에서 도쿄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지방 이주 지원금 지급 대상이다. 이주 지역은 일본 지방 1300여곳으로 전국의 80%가 해당된다. 이주 지원금을 받은 사람은 최소 5년간 지방에서 살아야 한다. 이 기간을 채우지 않을 경우 받았던 지원금을 다시 반납해야 한다.

일본 정부가 도쿄에서 지방으로 이주하는 가구에 지급하는 지원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사진은 일본 노인들/ⓒAFP=뉴스1

일본 정부가 지원금까지 지급하며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주를 권장하는 것은 지역 간 인구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출산율이 갈수록 낮아지면서 일부 지역의 경우 20~30년 뒤 거주 인구가 사라지는 소멸 단계에 이를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2019년부터 지방 이주 가구에 대한 지원금 제도를 도입했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주해 지원금을 받은 건수는 △2019년 71건 △2020년 290건 △2021년 1184건 등으로 증가세다. 특히 지난해에는 원격 근무를 통한 이주 가구 등에도 지원금을 지급하면서 건수가 크게 늘었다고 닛케이는 봤다.

하지만 일시적인 지원금 정책만으론 인구 분산, 고령화 대응 등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FT는 2021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 이주 지원금 수혜를 본 인구가 2400명 미만으로, 이는 도쿄도 인구 3800만명의 0.006%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일본 지방에는 주인을 잃은 빈 집들이 즐비하다. /ⓒAFP=뉴스1

일본 국민들의 반응도 회의적이다. 도쿄에 거주하는 워킹맘 에리카 호리구치는 "지원금을 챙기려고 무턱대고 지방으로 이주할 사람은 많지 않다"며 "핵심은 지원금이 아니라 일자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편이 아오모리현 출신인데 고향에선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일찌감치 도쿄로 터전을 옮겼다"며 "일본인들이 도쿄로 몰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고,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도시 집중 현상을 막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도쿄에 사는 또 다른 직장인은 "4인 가구에 300만엔을 준다고 하니 금액이 커 보이지만 실제로 아이들과 함께 지방으로 이주해 살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금액"이라며 "정부 기대만큼 인구 분산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