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에 이어 하버드 의대도 '대학 순위 평가' 거부…40년 전통 사라지나

머니투데이

양윤우 기자

하버드 의대 고든홀/사진=하버드 의대 홈페이지 캡처

미국 최상위 로스쿨들이 대학 순위 평가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한 지 두 달 만에 하버드 의대도 이에 동참하며 보이콧하고 나섰다. 대학 평가에 대한 자성론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7일(현지 시각) 조지 Q. 데일리 하버드 의대 학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하버드 의대는 더이상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리포트(이하 US뉴스)'의 '최고의 의대' 순위 조사에 자료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지했다.

US뉴스는 지난 1984년부터 미국 대학교를 평가해 순위를 매기고 있다. 하버드 의대는 US뉴스의 2023년 평가에서 연구 부문 1위, 1차 의료 부문 9위에 각각 올랐다.

데일리 학장은 "교육자들은 오랫동안 US뉴스가 의대를 평가하고 순위를 매길 때 사용하는 방법론을 비판해왔다"며 "다만 나는 방법론보다는 철학적인 측면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학 순위는 우리가 의학 교육과정을 통해 발전시키려는 교육적 탁월함, 자비롭고 공정한 환자 치료라는 숭고한 목적을 의미 있게 반영하지 못한다"며 "오히려 대학들이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숭고한 목적보다는 순위를 중심으로 정책을 세우게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템플대 비즈니스 스쿨 학장을 맡았던 모셰 포래트는 MBA(경영전문대학원) 순위에 들어가는 데이터를 조작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2개월과 25만달러(약 3억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조지 Q. 데일리 하버드 의대 학장/사진=하버드 의대 홈페이지 캡처

그는 특히 "저소득층 학생에게 필요한 장학금을 성적 우수 학생에게 제공하도록 유도한다"고 비판했다. 대학은 저소득층 학생이 아닌 입학 점수가 높은 학생에게 장학금을 줘야 US뉴스의 대학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또한 데일리 학장은 "근본적으로 어떤 의대가 어떤 학생에게 적합한지는 너무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라며 "개인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그 방법론과 상관없이 순위표에 따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6년 전 학장에 취임할 때부터 순위 평가 거부를 고려해왔다"며 "유명 로스쿨들이 US뉴스 평가를 보이콧하기로 한 '용감하고 과감한' 결정 이후 하버드 의대를 대표해 행동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US뉴스의 대학 평가를 거부한 건 하버드 의대가 처음이 아니다. 1990년부터 최근까지 줄곧 1위를 지켜온 예일대 로스쿨이 지난해 11월 16일 처음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후 하버드대 로스쿨을 비롯해 다른 최상위권 로스쿨 10여 곳도 잇달아 보이콧에 동참했다.

당시 히더 거킨 예일대 로스쿨 학장은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장학금 비율이 높거나 공공 분야에 종사하는 졸업생이 많은 로스쿨은 US뉴스 평가에서 감점받는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존 매닝 하버드대 로스쿨 학장도 성명을 통해 "(대학 평가 순위는) 사회경제적 다양성을 향상하려는 로스쿨 원칙에 반한다"며 "US뉴스는 학생들에게 재원 지정을 하고 공익을 위한 직업에 관심 있는 졸업생을 지원하는 (하버드대 로스쿨의) 노력을 평가절하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