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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아직 준비 안됐어" 말렸지만…23살, 시설 너머엔 자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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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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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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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장애인들]⑥자립 전 교육, 평가 기준 체계화해야

[편집자주] 매년 100여명 장애인이 버려진다. 버려진 장애인들은 장애와 고아라는 이중고를 견디며 살아야 한다. 현재 전국 장애인거주시설에 사는 장애인 중 부모가 없는 장애인은 7000여 명. 버림받은 장애인들의 삶을 조명한다.
지난해 11월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피플퍼스트 서울센터 등 단체 소속 장애인 30여명이 모였다. 국정감사를 앞둔 시점, 이들은 장애인 거주시설에 사는 장애인들이 원한다면 자립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달라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 '무연고 장애인'들도 있었다. 무연고 장애인은 부모, 가족이 없는 장애인을 말한다. 이 중에는 학대 가해자로 부모가 친권을 잃은 장애인도 있고 부모가 어렸을 때 버렸거나 거주시설에 맡기고 연락을 끊은 장애인도 많다.

이들은 시설을 나가면 돌아갈 가족이 없다. 그래도 자립을 원하는 마음은 같았다. 지적장애인 박경인씨(30·가명)는 갓난아기 때 부산의 어느 보육원에 맡겨졌다. 이후 장애인 거주시설, 그룹홈을 전전했다. 그룹홈은 일반 가정집에 차려진 거주시설을 말한다.

박씨는 스물세살에 그룹홈에서 자립했다. 그룹홈 측은 '넌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했지만 나왔다.

처음에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박씨는 차츰 시설 밖 삶에 적응했다. 주거급여 등 복지지원을 꼼꼼히 받고 취업도 했다. 박씨는 "시설에서는 자기 결정권을 완전히 뺏겼다"며 "집과 일자리도 있으면 시설에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박씨는 앵무새를 애완동물로 키우고, 요리 등 취미 생활도 했다. 박씨는 "그룹홈에서는 상상도 못했을 일"이라고 했다.


감옥처럼 짜여진 삶...시설 거주 장애인 3명 중 1명 "자립 원해"


"넌 아직 준비 안됐어" 말렸지만…23살, 시설 너머엔 자유 있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장애인 거주시설에 장애인이 2만7908명 산다. 이중 6777명(24.3%)은 박씨처럼 무연고 장애인이다.

무연고 장애인은 거의 입양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보건복지부가 관련 통계를 내지 않아서 베이비박스 자료를 보면 2017~2022년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장애 아기 45명 중 다지증 장애인 1명(2020년)이 입양 시도를 했다. 성사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대부분 무연고 장애인은 시설에서 산다. 성인이 되면 무연고 장애인은 자립(퇴소) 문제에 부딪힌다.

보건복지부가 정한 '자립 기준'은 따로 없다. 시설 측에서 장애인별로 자립이 가능할지 판단한다. 서울의 어느 장애인 시설은 20세, 어느 시설은 24세, 이렇게 시설마다 장애인들이 자립하는 나이가 다르다.

이는 자립할 준비가 안 된 장애인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자립 의지가 강한 장애인을 묶어두는 부작용도 있다. 지적장애인 박종경씨(32)는 여섯살 때 친모가 경상북도 구미역에 버린 후 그룹홈을 전전했다. 박씨는 26세 때 자립을 원했지만 그룹홈이 나가지 못하게 했다. 박씨는 이듬해 탈출하듯 그룹홈을 나왔다. 박씨는 고시원을 전전한 끝에 현재는 서울 송파구에 자립지원주택을 얻어 살고 있다.
무연고 지적장애인 박종경씨(32)가 지난달 24일 경상북도 구미시의 어느 지구대를 찾아 친부모의 신상을 묻고 있다. 박씨는 여섯살이던 1998년 5월 친모에 의해 구미역에 버려졌다. 이후 여러 장애인 거주시설을 전전했다. 박씨는 자립을 원했지만 장애인 거주시설이 허락하지 않아 2016년 탈출하듯 시설을 나왔다. 지금은 서울 송파구에 자립지원주택을 얻어서 살고 있다./사진=김성진 기자.
무연고 지적장애인 박종경씨(32)가 지난달 24일 경상북도 구미시의 어느 지구대를 찾아 친부모의 신상을 묻고 있다. 박씨는 여섯살이던 1998년 5월 친모에 의해 구미역에 버려졌다. 이후 여러 장애인 거주시설을 전전했다. 박씨는 자립을 원했지만 장애인 거주시설이 허락하지 않아 2016년 탈출하듯 시설을 나왔다. 지금은 서울 송파구에 자립지원주택을 얻어서 살고 있다./사진=김성진 기자.
보건복지부는 2020년 장애인 거주시설에 사는 장애인 2만4214명을 전수조사했다. 이들 중 스스로 답변이 가능한 장애인은 6035명(28.5%)였는데 이중 2021명(33.5%)가 자립을 희망했다.

시설에서 삶은 '통제'를 받는다. 시설에서 장애인들은 짜여진 시간표에 따라 산다. 취침, 기상, 식사 시간이 정해져 있다. 거주 이전의 자유도 제한된다. 박경인씨(30)는 10여년 동안 그룹홈을 세번 옮겼다. 시설 종사자가 그만두는 등 박씨 자신의 의지와 관계 없는 사유였다.

서울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은 밤 10시가 통금이다. 통금을 어기면 늦은 시간만큼 다음번 외출 시간이 줄어든다.

이런 삶이 학교 다니는 미성년 장애인에게는 적합할 수도 있다. 문제는 시설 장애인들이 성인이 돼서도 통제받으며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박종경씨는 저녁 7시면 그룹홈으로 들어와야 했다. 박씨는 "외식하거나 놀고 싶다면 허락을 받아야 했다"고 했다.

금전 자유도 주어지지 않는다. 신체, 정신적으로 취업이 가능한 장애인은 이른바 권리중심공공일자리로 간단한 제조업 등에 종사한다. 봉급은 시설이 관리하고 장애인들은 용돈으로 받아 소비한다. 시설이 돈 관리를 대신 해주는 취지도 있지만 일부 장애인은 이에 만족하지 못한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장애인 거주시설 입소자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거주시설 장애인의 평균 연령은 39.4세였다. 20~40대가 43.8%으로 가장 많았고 10대는 8.19%, 40~60대 37.3%, 60대 이상은 7.9%였다.


사기당하고 성매매 연루되기도...장애인 통제하는 시설 입장


"넌 아직 준비 안됐어" 말렸지만…23살, 시설 너머엔 자유 있었다
무연고 장애인을 그들 의지만으로 자립 시키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이 제출받은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무연고 장애인 6777명 중 지적 장애인이 5448명(79.4%)으로 가장 많다.

지적장애인은 비장애인도 읽기 어려운 계약서상 내역을 꼼꼼히 읽고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숫자 파악도 쉽지 않다. 수백만원 빚을 지고 장애수당이 들어오는 통장이 압류된 무연고 장애인도 있다.

여성 무연고 장애인은 성매매에도 연루된다. 2019년쯤 서울의 어느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자립한 20대 무연고 여성 장애인이 성매매 업소에 취업한 일이 있었다. 해당 장애인은 같은 시설에서 자립한 언니들에게 이끌려 성매매 업소에 취업했다. 이들에겐 그들을 도와줄 시설이 필요하다.

장애인 공공후견인을 하는 이정훈 목사는 "무연고 장애인, 연고 장애인 모두 속는 과정은 동일하겠지만 발견이 늦다"며 "부모가 있으면 이상 징후를 빠르게 포착할 텐데 무연고 장애인은 적절한 정보를 받지 못해 대처가 느린 편이다"라고 했다.

자립 후 이런 어려움을 겪을 때 그들이 퇴소한 장애인 거주시설이 나서기는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 지침상 시설은 퇴소한 장애인을 1년간 사례관리 형식으로 상담할 수 있다. 1년이 지나면 퇴소 장애인에 대해 어떤 권한도 갖지 못한다.


체계적인 자립 지원 필요...평가 잣대고 마련해야


지난 7일 서울 노원구 장애인거주시설 '동천의집' 앞에 장지음씨(24, 왼쪽)와 신모니카씨(24, 오른쪽). 이들은 초등학생 때 같은 시설 친구가 친부를 만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부모님을 찾고 싶다' 느꼈다고 한다. 이들은 현재 동천의집이 마련한 가정집 지역홈에 머물며 자립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지난 7일 서울 노원구 장애인거주시설 '동천의집' 앞에 장지음씨(24, 왼쪽)와 신모니카씨(24, 오른쪽). 이들은 초등학생 때 같은 시설 친구가 친부를 만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부모님을 찾고 싶다' 느꼈다고 한다. 이들은 현재 동천의집이 마련한 가정집 지역홈에 머물며 자립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지적장애인 신모니카씨(24)와 장지음씨(24)는 서울의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자립을 준비하는 동갑내기 친구들이다.

이들 모두 친모가 건강상 이유로 자녀를 양육할 수 없어 갓난아기 때 시설에 맡겨졌다. 시설 밖으로 나간다고해서 찾아갈 가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자립을 원한다고 한다. 신씨는 집에 친구들을 초대해 요리해주고 싶고, 장씨는 자신 마음대로 방을 꾸미고 싶다고 했다.

이들은 자립 후 무연고 장애인들이 사기 등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자립 전 시설과 정부가 돈 관리 등에 관해 더 교육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장씨는 "아직 적금, 예금 등 개념이 낯선데 조금 더 교육받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들이 지낸 장애인 거주시설은 장애인이 자립하기 전 4~5년간 금전 관리, 지역 사회 적응 등에 관해 교육한다. 자립 전 교육은 뚜렷하게 마련한 지침이 없어서 시설별로 다르다.

자립 전 장애인 교육, 평가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립 장애인들을 상담해 온 정진옥 서울중구장애인복지관 관장은 "장애인 의지만으로 내보내면 안 되고 자립할 능력이 충분한지 평가할 체계적인 잣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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