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하나로 버틴 1700명 희귀혈액암 환자…'건보 적용' 새 치료제 청신호

골수섬유증 치료제 인레빅

골수섬유증 신약 '인레빅(성분명 페드라티닙)'이 건강보험 급여등재 절차에 진입했다. 급여 등재를 위한 첫 관문인 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 심의를 3수끝에 통과한 것. 현재 골수섬유증 관련 단 하나의 치료제만 급여 처방중인 상태여서 기존 치료제가 듣지 않던 환자들에겐 또 다른 치료 옵션을 건보 혜택을 받아 선택할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전일 암질심을 열어 인레빅에 대한 급여기준 설정을 의결했다. 암질심은 항암제 건보 급여 심사의 첫 관문으로 약제의 임상적 타당성에 대한 가치를 평가한다. 이번 의결을 통해 인레빅은 이제 급여 등재를 위한 본격적 절차에 들어서게 된 셈이다.


인레빅은 다국적제약회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골수섬유증 치료제로 국내에서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입으로 먹는 경구용 의약품으로 자카비(성분명 룩솔리티닙)과 함께 골수섬유증을 치료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의약품이다. 국내에선 사실상 해당 질환에 처방 가능한 허가 의약품이 현재 급여 적용을 받는 자카비와 이번에 암질심을 통과한 인레빅 두 개 뿐이다.

골수섬유증은 정상적인 골수가 딱딱하게 굳어지는 섬유화 과정을 거치면서 합병증으로 사망에까지 이르는 혈액암이다. 혈액세포 안에 있는 신호전달 체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구 10만명당 0.5명 꼴로 발생하는 세계적인 희귀 질환으로 통하며 국내 추산 환자수도 1700명으로 많지 않다.

흔치 않은 병이지만 질환의 위험성은 크다. 진단 1년 이내 고위험군 골수섬유증 환자들의 예상 생존기간 중앙값은 16개월, 중간 위험군은 35개월 정도다. 특히 국내에서 급여를 받는 유일한 치료제인 자카비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의 생존기간은 1년 내외로 알려져있다.


2차 치료제 도입이 시급한 셈이었는데 지난해 인레빅이 국내 품목허가를 받으며 일단 환자들의 또 다른 치료 선택지는 생긴 상태다. 2012년 자카비가 허가받은지 10년 만이다. 인레빅은 이전에 자카비로 치료를 받은 성인환자의 △일차성 골수섬유증 △진성적혈구증가증 후 골수섬유증 △본태성혈소판증가증 후 골수섬유증 치료에 사용된다.

하지만 아직 급여 적용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환자들이 부담해야 할 치료비가 만만치 않다. 자카비 처방 후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부작용이 생겨 인레빅으로 넘어온 환자가 한달에 부담해야 할 약값은 5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1년이면 6000만원이다. 급여를 적용받는 자카비의 한 달 환자부담 약값 17만원과 격차가 상당하다. 인레빅의 이번 암질심 통과가 환자들에게 희소식인 이유다. 인레빅은 3수끝에 암질심 문턱을 넘었다. 지난해 4월 품목허가 후 6월과 12월 심사를 받았지만 모두 탈락했다.

급여적용을 위한 첫 관문을 넘은 인레빅이지만 아직 갈길은 멀다. 이제 심사평가원의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이하 약평위) 심의를 거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약가협상,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사를 받아야 급여 적용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현재 신규 항암제가 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평균 약제 급여 적정성 평가 120일, 약가 협상 60일, 약가목록 고시 30일이 각각 소요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자카비도 국내 품목허가 후 급여 적용 결정을 받기까지 약 2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심평원 암질심에는 인레빅 외에도 한국노바티스 타브렉타, 머크의 텝메코, 한국다케다제약의 제줄라, 한국쿄와기린의 포텔리지오 등이 심사를 받았다. 이 가운데 타브렉타와 텝메코, 포텔리지오는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제줄라는 인레빅과 함께 급여기준 설정이 의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