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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허락받고 수사?"…'압수수색 사전심문' 도입에 검찰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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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경훈 기자
  • 김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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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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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사진=뉴시스
대검찰청/사진=뉴시스
대법원이 전자정보 압수수색 전 사건 관계인을 직접 심리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하자 검찰에서는 "범죄자에게 허락받고 수사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밀행성(비밀스럽게 행동하는 성질)'이 핵심인 압수수색에 관한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법이 아닌 대법원 규칙으로 이 같은 규정을 만들 경우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법원이 지난 3일 '형사소송규칙 일부개정규칙안'(대법원 규칙)을 입법예고한 사실이 알려지자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의 밀행성이 저해될 것이라는 우려가 가장 크다. 개정안의 골자는 '법원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전자정보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심문기일을 정해 압수수색 요건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사람을 심문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검사도 기일에 출석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개정안에는 '영장 청구서 기재사항에 집행계획 추가'도 신설됐다. '대법원은 "통상적인 대면심리 대상은 영장 신청 경찰 등 수사기관, 제보자 등이 될 예정"이라며 "수사 밀행성 확보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서울에 근무하는 검찰 간부는 "심문 참석자는 중요한 압수 대상물, 수사 계획을 알게 된다"며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사람'은 결국 피의자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집행계획까지 공개하는 것은 '이것, 저것 미리 없애세요' 알려주는 일"고 말했다.

서초동의 A 검사는 "수사팀이 함께 하는 포렌식팀·회계분석팀에게도 압수수색 당일까지 구체적인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그만큼 보안유지를 철저히 한다"고 했다. 이어 "개정안이 시행되면 압수수색 계획을 듣는 귀가 많아지는 것"이라며 "제보자가 돈을 받고 심문 때 들은 정보를 피압수자에게 알려주는 등 다양한 형태로 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검 관계자는 "사전심문제도는 결국 돈 있고 힘 있는 사람과 법원 전관 변호사들에게만 좋은 상황이 될 것"이라며 "곧 압수수색을 당할 수 있는 유력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관들의 영업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현직 차장급 검사도 "법원이 '필요한 때' 열겠다고 한 심문이 서민 대상 사건에서 얼마나 열릴지 의문"이라고 했다.

검찰은 이 같은 입법예고가 갑작스럽다는 반응이다. 대검은 "규칙 개정에 관해 어떠한 협의나 통지도 없는 상황에서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접하게 돼 유감"이라고 밝혔다. 대검에 근무하는 검사는 "'통상 대법원규칙 등의 제·개정절차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관계기관과는 공식 입법예고 전 협의를 해왔다"고 했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입법예고 내용을 보고 "말이 되느냐"며 "각 기관 업무나 국민 권리에 영향을 미치는 규칙을 바꾸면서 의견도 묻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법조계에서는 규칙 내용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본다. A 검사는 "대법원 규칙은 법원 내 업무처리절차에 관한 내용이다. 다른 기관 소속인 검사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넣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여러 기관에 강제력을 발휘하는 절차를 만들고자 했다면 형사소송법 등 법 개정을 통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채은 변호사는 "상위법보다 더 심한 규제를 위임 규정 없이 규칙으로 만들 경우 위헌 소지가 있다"고 했다. 형사 절차법인 '형사소송법'에는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사건 관계인을 심문한다는 등 규정이 없는데, 대법원 규칙에 이 같은 내용을 도입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말이다.

하 변호사는 "참관인이 동행해야 하며, 압수 범위를 특정해야 하는 등 현재도 압수수색 과정에서 참여권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고, 사생활 침해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본다"며 "(개정안 도입 시) 수사에 어려움이 커질 것 같다"고 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도 "형사소송법상에는 대면심리제도 도입의 근거가 젼혀 없다"며 "압수수색 전 피의자 심문을 하면 수사가 좌초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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