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프랜차이즈, '부르는 값'에 못 팔았다...5000억 맥도날드는?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최근 동원산업 (34,850원 ▼250 -0.71%)이 한국맥도날드 인수 추진을 공식화한 가운데 예상 인수금액으로 약 5000억원이 거론된다. 하지만 기존 매각 사례를 보면 이 가격대로 팔릴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힘을 받는다. 기존에 매각됐거나 매수 의향자를 찾은 업체도 인수 가격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1000억 예상 KFC 600억원대 팔려...버거킹과 맘스터치도 매각 예상가 30~40% 낮아져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매각을 추진한 햄버거 프렌차이즈들은 대부분 업계가 예상한 가격보다 약 30% 낮은 금액으로 팔렸거나 인수 협상이 진행 중이다.

KG그룹은 지난달 12일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오케스트라 프라이빗 에쿼티(PE)에 KFC코리아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오케스트라PE에는 글로벌 KFC를 보유한 미국 외식기업 얌브랜즈가 참여했다. 매각 가격은 당초 업계예측인 1000억원보다 낮은 600억~700억원대로 알려졌다.

KG그룹은 2017년 KFC를 500억원에 인수했다. 손해를 감수하고 판 것은 아니지만 예상 매각가와 비교해선 대폭 낮아졌다. KG그룹이 신속한 자금 확보를 위해 사실상 '급매'로 넘겼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2019년 11월 사모펀드 케이앨앤파트너스가 1973억원에 인수한 맘스터치도 지난해 7월 시장에 나왔다. 지난달 11일 마감한 본입찰에 홍콩계 사모펀드 퍼시픽얼라이언스(PAG)가 참여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 거론되는 매각 예상가격은 6000억~7000억원 선이다. 매물로 나온 직후 예상가였던 1조원보다 30% 이상 낮아졌다.

2021년 말 M&A 시장에 나온 버거킹도 당초 예상 매각가는 1조원이 넘었으나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해 지난해 11월경 매각 작업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치킨 프랜차이즈 bhc그룹과 글로벌 사모펀드 업체가 인수 의향을 밝혔지만 금리인상 여파로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졌고 약 2000억원 수준의 회계상 부채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실질 매각가는 약 7000억원대로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부르는 값'에 못 팔았다...5000억 맥도날드는?

이달 초 한국맥도날드 인수전에 단독 참여한 동원산업은 미국 맥도널드 본사와 5000억원을 기준으로 가격 협상을 진행 중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다른 업체 매각 진척 상황을 고려하면 최종 인수금액은 이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코로나19 펜데믹 특수로 몸값 높아져…원가 상승, 경쟁 구도로 안정적 수익은 불투명

최근 대형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잇따라 M&A 시장에 나온 것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매출 특수로 실적이 개선된 것과 무관치 않다. 매도자 입장에선 몸값을 높여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된 셈이다.

실제로 매각을 추진 중인 업체 모두 코로나19 펜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매출이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개선됐다.

한국맥도날드 매출은 2019년 7248억원에서 2021년 8678억원으로 1430억원(19.7%) 증가했다. 2019년부터 3년 연속 적자지만 손실 폭은 440억원에서 278억원으로 줄었다.

버거킹 매출은 2019년 5028억원에서 2021년 6784억원으로 1756억원(34.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19년 181억원에서 2021년 249억원으로 늘어났다.

서울 시내 맘스터치 매장 앞. /사진제공=뉴시스

같은 기간 맘스터치는 매출액이 2889억원에서 3010억원으로 늘었고, 영업이익은 190억원에서 395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다른 업체보다 매출이 적어도 로열티 등 영업 외 추가 지출 비중이 적어 수익성이 높다는 게 강점이다. 이 때문에 예상 매각액은 다른 업체와 견줘 낮지 않다.

대형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이 매각에 나서는 것은 몸값이 높아진 이유도 있지만 향후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원가 상승 압력이 커졌고 경쟁이 치열해져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이미 포화 상태인 시장에 쉑쉑버거, 고든램지 버거 등 고급화 전략을 표방한 프랜차이즈가 속속 국내 시장에 입성하는 것도 악재다. 이 때문에 최근 실적 호조에도 M&A 매물로 나온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제값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편 국내 햄버거 시장 규모는 소폭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국제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9년 3조256억원이었던 국내 햄버거 시장 규모는 2022년 3조9875억원으로 확대됐다. 이어 2023년 3조9999억원, 2024년 4조571억원, 2025년 4조1325억원으로 시장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