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자 기증' 캠페인 왜?…"키 170㎝ 이상·탈모 없음" 조건 보니

[베이징=AP/뉴시스] 지난해 11월 14일 중국 베이징의 한 지하철역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유엔은 15일을 기해 세계 인구가 80억 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했다. 인구 80억 명은 지난 1974년 40억 명에서 48년 만에 두 배로 뛴 수치로 2011년 세계 인구는 70억 명을 넘어섰다. 2022.11.15.

중국 각 지방정부가 20대 젊은 남성들의 정자 기증을 적극 독려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증자의 외모와 건강상태, 학력 등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한편 국가보조금으로 100만원 안팎의 장려금까지 내거는 등 정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9일부터 베이징·산시성·윈난성 등 많은 도시들이 경쟁적으로 정자 기증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중국 정부가 운용 중인 정자은행은 27곳이다. 장려금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략 5000위안(93만원) 안팎이다.


기증자에 대한 조건이 다소 까다로워 희망한다고 아무나 정자를 기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지방 정부들은 키 170㎝ 이상, 연령 20~40세, 감염병·유전병·탈모 등이 없을 것 등을 기본 조건으로 내세웠다. 현재 대학생이거나 학사 학위 이상 학력을 필수 조건에 포함한 지방정부도 있다. 하이난성의 경우 문신이 없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중국 정부가 국가보조금을 할당할 정도로 정자 기증을 적극 유도하고 나선 배경에는 인구 감소가 있다. 중국은 지난해 61년 만에 첫 인구 감소라는 충격적인 통계에 직면,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난임 부부를 지원해 신생아 수를 늘린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중국 내 기혼부부의 불임률은 15% 수준으로 이 중 40%는 정자 문제로 발생하는 것도 한 요인이다. 정자 기증 사례가 부족해 출산을 원하는 불임 부부의 경우 최대 2년을 대기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자은행들은 기증받은 정자를 10년간 보관해 최대 5차례 난임 여성에게 제공한다. 개인 정보보호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듯 법으로 엄격히 사적 정보를 보장한다는 단서도 붙였다. 다만 외모·유전병 등 기본 조건을 충족해도 실제 정자 기증에 부합하는 경우는 20% 수준에 불과하다. 정자 기증자의 경우 일반 남성의 3배에 달하는 정자 농도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이다.

/ⓒAFP=뉴스1

정자 기증 캠페인이 시작된 이후 관심을 보이는 남성들이 많다. 베이징대 제3병원에 위치한 정자은행에는 칭화대, 베이징교통대 등 대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중국 현지 언론은 전했다. 산시성 정자은행의 한 관계자는 "하루에 300명 가까이 예약 전화가 걸려오는 등 문의가 많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선 부정적인 여론이 지배적이다. 한 대학생은 "정부가 내건 5000위안의 장려금은 정자를 8~12번 기증해야 받을 수 있는 금액"이라며 "정말로 돈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면 누가 나서겠나"라고 말했다.

난임은 중국의 인구 감소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결혼과 출산, 육아 등을 기피하는 것인데 중국 정부가 문제의 핵심을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