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풍선 무책임" VS "히스테리"...美·中 정면 충돌

(뮌헨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1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안보회의(MSC)에 참석해 “미국의 정찰 위성 격추는 상상 조차 할 수 없고 히스테리에 가까우며 무력을 남용한 것”이라고 연설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영공에서 중국의 '정찰풍선' 이 격추된 지 2주 만에 양국 외교 수장이 만났다. 미국은 중국을 겨냥, "주권 침해이자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밝힌 반면 중국은 "미국의 무력 남용"이라며 맞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한 원인에 대해서도 두 나라는 서로를 지목하며 충돌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전날인 18일 독일 뮌헨안보회의 참석을 계기로 1시간가량 비공개 회동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회동 직후 성명을 배포해 "블링컨 장관은 중국의 정찰풍선이 미국 영공 내에서 주권과 국제법을 위반한 점을 직접 언급했다"며 "미국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뿐만 아니라 5대륙 40개 이상의 국가 영공을 침범한 중국의 정찰풍선이 전 세계에 노출됐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회담 당시 블링컨 장관의 어조가 직설적이고 강경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양국 고위급 인사들의 강경 발언은 50여년 전 미중수교가 맺어진 이래 최악의 상황이라는 걸 보여준다고 신문은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중국측 인사들이 회담에 앞서 양국의 긴장감을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며 낙관적인 결과를 예측했지만, 실제 회동은 달랐다고 평가했다.

블링컨 장관은 회동 직후 CBS방송 인터뷰에서 "국가의 지도자로서 시진핑 주석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오늘 (뮌헨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내가 중국 외교담당 고위인사에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고 말했다.

(뮌헨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안보회의(MSC)에 도착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 정부도 강경한 입장을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왕 위원은 미국의 풍선 격추에 대해 '상식 밖이며 히스테리에 가깝다', '미국의 무력 남용'이라고 비판했다"고 공개했다. 대변인은 "양국 관계에 손해를 끼친 건 미국이다"며 "무력남용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해야지, 사태를 부풀리고 확대한다면 우리(중국)는 끝까지 상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찰풍선' 갈등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현안으로도 옮아 붙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거나 돕는다면 그에 따른 대가가 있을 것'이라 경고했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같은 날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이 이날 뮌헨안보회의 연설문으로 "러시아에 '치명적인 지원'을 제공하려는 중국의 행동은 침략을 정당화하고, 민간인 사상자를 늘리며, 세계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라고 발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블링컨 장관은 NBC인터뷰에서 "지난 몇 달 동안 (중국이) 러시아 전쟁을 사실상 돕는 지원을 해왔다는 걸 알고있다"며 "최근 몇 가지 추가정보를 통해 무기를 포함한 '치명적인 지원'까지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포착했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아직 그 '선'을 넘은건 아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전쟁이 장기화한 이유가 미국 때문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왕 위원은 "중국은 평화와 대화의 편에 서 있지만 일부 세력은 평화회담의 성공이나 휴전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며 "이 분쟁에서 더 큰 전략적 목표가 있는 강대국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전쟁이 길어지는 데 책임이 있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회담이 두 나라의 긴장 관계를 해소하기보다, 일시적으로 중단됐던 양국 간 소통 재개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추가 논의 가능성이 열렸단 의미다. 신문은 이달 초 취소됐던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 일정이 다시 잡힐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의 중국 방문을 위한 협의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