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이사할 수 있나?"…'탈중국' 시동걸린 애플 협력사들

2020년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의 고어텍 부스 전경/사진=고어텍 홈페이지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고조되자 애플 중국 공급사들의 탈(脫)중국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부터 아이폰까지 세계 대부분의 기계장치를 대량 생산하는 고어텍이 대표적이다.

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 에어팟 제조사인 고어텍의 요시나가 카즈요시 부회장은 "인도에서의 생산 확장을 고려하면서 베트남 공장에 2억8000만달러를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베트남은 중국 밖에서 고어텍의 유일한 생산지이다.


요시나가 부회장은 베트남 하노이 북부산업단지의 고어텍 사무실에서 블룸버그에 "지난달부터 고객들이 거의 매일 방문해 언제 이사할 수 있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베트남 북부 박닌 지역에서 베트남 사업장을 감독하는 한 임원도 "미국 기술기업들이 고어텍 같은 제조사들에게 대체 생산 기지를 물색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역 전쟁으로 시작해 반도체칩과 자본의 전면적인 교환 금지로 확장되는 등 미-중 분쟁이 점화되면서 수십년간 이어져온 전자산업의 공급망을 재고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아시아 국가에 대한 생산 의존도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기간 동안 극명해졌다.

애플 공급사들의 생산기지 이전 계획은 그동안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걸쳐 비밀 유지를 철저히 요구하는 애플의 관행 때문이다. 애플은 고어텍, 폭스콘 등 수백만명을 고용 중인 중국 협력사 중심의 생태계에서 벗어나 다변화를 꾀할지 함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애플의 가장 중요한 공급사 10곳 중 9곳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기 위해 강력한 인센티브를 내걸고 있는 만큼 인도 같은 국가로 대규모 이동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애플 생산 케파의 10%를 중국 밖으로 옮기는 데 8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한다.

요시나가 부회장은 "애플 공급업체들이 중국을 떠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대부분의 중국 기술 제조업체들도 브랜드사의 결정으로 같은 압박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거의 매달 고객들로부터 요청을 받고 있어서 고객사가 인도에 생산 라인을 건설하기로 결정한다면 우리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수 있다. 현재는 베트남 생산 시설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어텍은 2024년부터 베트남에서 가상현실 헤드셋을 제조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현재 동남아 국가에서의 생산량이 총 글로벌 수익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추후 절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