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액 반 신규 반' 두달만에 5000억…삼성바이오, 빅파마 수주 질주

화이자, 일라이릴리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의약품 생산대행 계약을 맺기 위해 잇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 (786,000원 ▲5,000 +0.64%)를 찾고 있다. 올들어 불과 2개월만에 5000억원에 육박하는 신규 계약을 유치했다. 기존 고객사와의 증액 계약, 새 고객사와의 신규 계약이 절반씩 조화를 이룬 결과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0여년간 차곡차곡 쌓아온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경쟁력과 2020년 취임한 존림 사장의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시너지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이 회사의 지난해 수주계약규모는 1조7000억원을 돌파했는데, 3년전보다 5배나 늘어난 수치다.


수주액 3년전 대비 478% ↑9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지난해 아스트라제네카, GSK, MSD 등 글로벌 제약사들과 총 11건(공급계약 공시 기준)의 계약을 체결했다. 수주한 계약의 총 규모는 1조7835억원이다. 전년(1조1602억원)보다 54%, 3년 전인 2019년(3084억원)보다 478%나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 글로벌 빅파마와의 대형 위탁생산 계약을 크게 늘린 게 주효했다는 전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000억원 이상 대형계약만 6건 체결했다. 해당계약 6건의 수주금액만 1조4723억원에 달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도 3개월이 안돼 4898억원에 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작년 동기 기록한 수주금액이 1279억원이란 점을 감안할 때 괄목할 만한 성과다. 더구나 올해 체결한 3건은 계약 상대가 모두 글로벌 빅파마였다. 지난달 6일 GSK(수주금액 332억원), 이달 2일 화이자(2410억원), 6일 일라이릴리(2157억원)가 그 대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주계약 증가세는 증액계약, 신규계약이 조화를 이루면서 이끌고 있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GSK, 일라이릴리, 아스트라제네카 등 기존 고객사들과 총 7건의 추가 계약(증액계약)을 체결했다. 금액으로는 총 8805억원 규모로 전체 49%다.(나머지 51%는 신규계약) 이러한 구도는 올해도 이어졌다.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GSK, 일라이릴리 2곳과 증액계약을, 화이자 1곳과 신규계약을 체결했다. 이중 증액 규모는 2488억원으로 전체 51%에 달했다.

증액계약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론자, 베링거인겔하임 등 경쟁사를 제치고 선택을 받을 정도로 'CDMO 경쟁력'을 지녔단 방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약 11년 동안 74개의 CMO(위탁생산) 제품을 생산하고, 약 200개의 글로벌 CMO 인증을 획득했다. 2020년 일라이릴리의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생산 계약을 체결하고, 5개월 만에 초기 물량을 생산한 사례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품질 역량, 속도 경쟁력을 보여주는 예로 꼽힌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술이전 기간을 업계 평균의 절반 수준인 3개월로 줄였다.


신규계약은 존림 사장의 공로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존림 사장 체제로 전환한 2020년 이후 GSK, 일라이릴리, 아스트레제네카, 모더나, 노바티스에 이어 올해 화이자까지 6개 글로벌 빅파마의 신규계약을 따냈다. 그 결과 현재 글로벌 빅파마 20곳 중 고객사만 12곳이다. 미국 스탠포드대 화학공학 석사, 노스웨스턴대 MBA를 졸업하고 제넨텍, 로슈 등 글로벌 빅파마 임원을 지낸 존림 사장의 폭넓은 경험,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 기반 영업력이 빛을 발했단 평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존림 사장이 취임 후 세계 주요 네트워크를 활용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강점을 피력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고 확대했다"며 "그 결과 파트너십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존림 사장은 올해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내 글로벌 영업을 이끄는 영업센터장도 겸직 중이다.

제약·바이오 업계 최초 '매출 3조원' 돌파 이러한 수주 성과를 바탕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2년간 시장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성적표를 내놨다. 특히 작년 성과가 뛰어났다. 연간 누적 매출(연결기준)이 지난해 3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고, 3개월 후인 4분기 3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매출은 3조12억원, 영업이익은 9836억원이었다. 전년대비 매출은 91.4%, 영업이익은 83% 증가했다. 매출 3조원 돌파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최초다.

성장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는 6월 세계 최대 규모의 4공장을 완전 가동할 예정이다. 4공장이 완전 가동되면 생산능력은 총 60만4000리터가 돼 CDMO 업계 1위를 더욱 굳히게 된다. 현재 1~3공장은 풀가동에 가까운 상태이기 때문에 4공장이 완전 가동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 성장세엔 더욱 탄력이 붙을 수밖에 없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공장의 선수주 활동을 통해 고객사 8곳의 11개 제품 계약을 체결했다. 추가로 26개 고객사와 34개 제품에 대한 위탁생산 계약도 논의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영업 거점을 글로벌 무대로 확대하면서 고객사 및 잠재 고객사와의 소통 채널을 구축하고, 적극적인 영업 활동에 나서는 것도 실적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R&D 센터에 이어 보스턴 세일즈 오피스를 개소했다. 조만간 미국 5번째 규모 바이오 클러스터가 있는 뉴저지에 세일즈 오피스를 추가 구축할 예정이다. 유럽 지역까지 아우를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가 될 것으로 꼽힌다.

대응할 수 있는 영역도 늘려나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향후 10년간 바이오 사업에 7조5000억원을 투자해 3대 축(생산능력· 포트폴리오·지리적 거점) 중심의 성장을 이어가겠단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mRNA 원제의약품(DS)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이중항체 플랫폼을 자체 개발한 데 이어 올해 초 향후 ADC(항체-약물 접합체)·유전자치료제 등 차세대 의약품으로 CDMO 포트폴리오를 늘리겠단 계획을 밝혔다. 일단 내년 1분기 ADC 생산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