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중진공 채용외압 의혹' 최경환 전 의원 무죄 확정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중소기업진흥공단 채용청탁 비리'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날 "최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에게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 직원 채용을 요구한 행위는 직권남용죄와 강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밝히고, 최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19.4.5/뉴스1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채용외압 의혹으로 기소된 최경환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68)이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16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혐의로 기소된 최 전 의원에 대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두 혐의 모두 원심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최 전 의원은 2013년 자신의 경북 경산 지역구 사무실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던 황모씨를 중진공에 채용하도록 박철규 전 중진공 이사장을 압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최 전 의원은 중진공을 관할하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황씨는 서류전형과 인·적성 검사, 면접전형 모두 하위권이었지만 박 전 이사장과 최 전 의원의 독대 이후 최종 합격했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황씨는 중진공 인사실무자들의 서류전형 점수조작(2140등→176등), 인적성검사 성적조작(164등→146등) 등에도 불구하고 2차 면접에서 외부 면접위원의 강한 반대로 불합격 처리가 예정됐다. 박 전 이사장은 최 전 의원으로부터 "그냥 해, 내가 결혼도 시킨 아이인데 성실하고 괜찮으니까 믿고 한 번 써봐" 등의 말을 들은 뒤 결국 황씨를 신규직원으로 최종 합격 처리했다.

1, 2심에서 쟁점은 국회의원이 소속 상임위 피감기관 이사장에게 직원 채용을 부탁한 것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나 강요죄에 해당하는지였다.

최 전 의원은 재판에서 박 전 이사장을 만난 적이 없고 황씨를 중진공 신규직원으로 채용해 달라고 요구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박 전 이사장을 만나 합격 처리를 요구했더라도 국회의원의 일반적인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볼 수 없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지 않고 강요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최 전 의원이 박 전 이사장을 만나 황씨의 채용을 요구한 것은 맞다고 판단하면서도 "최 전 의원은 박 전 이사장에게 단순히 채용을 요구했을 뿐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언행을 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또 "최 전 의원이 황씨 채용을 재차 요구하자 박 전 이사장이 실망, 반감, 분노 등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채용 요구로 의사결정 자유가 제한되거나 방해될 정도로 겁을 먹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강요죄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장에 적힌 범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최 전 의원의 행위가 윤리적,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거나 허용된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검찰이 1심 판결에 불복했지만 2심 재판부도 1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항소를 기각했다.

최 전 의원은 경북 경산 지역에서 17·18·19·20대 국회의원을 지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받은 혐의로 2018년 1월 구속돼 2019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이 확정, 복역하다 지난해 3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