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주식 헐값 매각' SPC 공판, 비상장주식 적정가 산정 놓고 공방

머니투데이

박다영 기자

증여세 회피를 위한 주식 헐값 매각 혐의로 기소된 허영인 SPC 그룹 회장과 전 경영진에 대한 재판에서 비상장주식의 적정가격을 놓고 공방이 오갔다.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최경서)는 허 회장,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전 파리크라상 대표의 첫 공판준비절차를 가졌다.

공판준비절차는 피고인과 검찰의 입장을 확인하고 추후 입증 계획을 논의하는 절차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다. 이날 허 회장 등 피고인 3명은 모두 출석하지 않았고 이들을 대리한 변호인단이 혐의를 부인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은 전부 부인하는데 객관적으로 저가도 아니고 주관적으로 고의도 없고 결과적으로 이득도 없었다고 세 가지로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샤니의 소액주주들이 고소장을 내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허 회장 등 경영진이 증여세를 피할 목적으로 보유한 주식을 헐값에 매각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에 따르면 허 회장 등은 2012년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주당 255원에 팔았다. 적정가액 1595원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팔면서 파리크라상은 121억원, 샤니는 58억원 손해를 입은 반면 삼립은 180억원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본다.

향후 허 회장 측과 검찰 측은 '기준 주가'를 두고 본격적인 법정 공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기준 주가 대비 헐값에 매각했다며 배임 죄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대검 회계분석관이 이 기준 주가를 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저가매도를 했다는 건데 저가는 상대적 개념"이라며 "대검에서 스스로 산정한 것이냐"라고 물었다. 검찰은 "대검 회계분석관이 산정한 것"이라며 "객관적 방법에 의해 산정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이에 "통상적으로 다른 기관에서 (기준 가격을) 평가받아서 산정해야 하는데 그런 점이 의아스럽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음 달 23일 준비절차를 한 번 더 갖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