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ETF가 2차전지보다 높다고?… '포스코퓨처엠' 편입 효과

머니투데이

이사민 기자

최근 국내 건설 ETF(상장지수펀드)가 유독 뛰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건설 ETF 구성 종목에서 포스코퓨처엠 비중이 크기 때문인데 올해 이어져 온 2차전지 열풍이 포스코그룹주로 옮겨붙으며 예상치 못한 급등세를 보인다.

2차전지를 건설ETF가 이겼다…알고 보니 이름만 '건설'?

20일 ETF체크에 따르면 최근 1주 새 국내 ETF 가운데 'KODEX 건설 (3,330원 ▲25 +0.76%)'이 10.34% 올라 수익률 1위(레버리지 제외)를 기록했다. 그 뒤를 'TIGER 200 건설 (3,260원 ▲15 +0.46%)'(9.97%, 3위)와 'KBSTAR 200건설 (13,400원 ▲115 +0.87%)'(9.81%, 4위)'이 이었다.

에코프로 (106,200원 ▲200 +0.19%)와 에코프로비엠 (238,500원 ▼500 -0.21%) 폭등세로 한동안 ETF 수익률 상위권을 싹쓸이했던 2차전지 ETF는 밀려났다. 'TIGER KRX2차전지K-뉴딜 (13,265원 ▲185 +1.41%)'(8.51%), 'KODEX 2차전지산업 (20,310원 ▲130 +0.64%)'(6.25%)는 같은 기간 건설 ETF 수익률에 못 미쳤다.

이처럼 건설 업황이 좋지 않은데도 건설 ETF 상품이 줄줄이 급등한 이유는 바로 포스코퓨처엠 (283,500원 ▼2,500 -0.87%) 때문이다. 'KODEX 건설', 'KBSTAR 200건설', 'TIGER 200건설'은 포스코퓨처엠을 각각 25.57%, 33.14%, 33.41%의 비중으로 가장 많이 담고 있다.

2차전지 관련 수급이 에코프로그룹주에서 포스코그룹주로 이동하면서 최근 1주 새 포스코퓨처엠은 25%가량 급등했다. 연초 대비로는 약 130% 폭등했다.

해당 ETF들이 포스코퓨처엠에 큰 비중을 두는 이유는 추종하는 기초지수 때문이다. 'KODEX 건설'은 KRX 건설지수를 따르는데, 건설지수는 포스코퓨처엠 (283,500원 ▼2,500 -0.87%) 비중이 가장 크다. 'KBSTAR 200건설'과 'TIGER 200 건설'은 둘 다 코스피200건설지수를 추종하는데 이들 역시 포스코퓨처엠을 가장 많이 편입해 왜곡이 발생한다.

이름 보고 투자한 이들은 '갸우뚱'…"ETF 구성종목 가장 먼저 살펴야"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얼마 전까지 포스코케미칼로 불렸던 포스코퓨처엠은 과거 생석회 및 석탄화학 제품을 주로 제조했지만 2019년 이후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를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지수 구성에선 포스코퓨처엠을 여전히 건설 핵심 종목으로 편입하면서 국내 주요 건설 ETF가 예상 밖의 호재를 맞이한 것이다.

다른 포스코그룹주를 편입한 ETF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KODEX 철강 (8,820원 ▼40 -0.45%)'은 최근 1주간 6.33% 오르며 양호한 수익률을 올렸는데 비중이 가장 큰 POSCO홀딩스 (405,000원 ▼2,000 -0.49%)의 리튬사업으로 인해 2차전지 수급이 몰렸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섹터 분류를 관련도에 따라 정량적으로 결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한다.

차동호 KB자산운용 ETF솔루션본부장은 "기본적으로 ETF가 추종하는 기초지수에 포함된 종목은 그대로 담고 가는 것이 원칙"이라며 "통상 기초지수와 ETF의 TE(트레킹 에러)를 줄여서 충실하게 지수를 추종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ETF 목적과 투자자 이해와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한국거래소뿐만 아니라 GICS(글로벌산업분류표준) 등 섹터 분류라는 게 하나의 섹터로 구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변해가는 산업 트렌드를 섹터가 다 반영하지 못할뿐더러 교차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ETF 명을 보고 투자자들이 의아해할 수는 있지만 ETF뿐만 아니라 펀드 등 투자 상품은 구성 종목을 살펴야 하는 게 기본적으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에서 발표하는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이기 때문에 기초지수가 바뀌지 않으면 해당 종목 비중을 임의로 조절하는 것은 어렵다"며 "현행 방식은 종목이 해당 섹터로 분류됐을 때 유동시가총액을 기준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건설 섹터와 관련도가 얼마나 높냐 낮냐에 따라 비중 결정이 이뤄지지 않아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어렵다는 한계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