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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억대 전세 사기 들키자 극단선택…달아난 남편 잡았다

머니투데이
  • 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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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0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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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의정부경찰서 김세한 경위
허위계약서로 차액 챙긴 부동산 업자 부부…피해자만 43명
한달 걸리는 포렌식 4일 만에 완료…'공범 추정' 남편 적발

경기 의정부경찰서 수사과 김세한 수사관(경위)/사진=의정부경찰서
경기 의정부경찰서 수사과 김세한 수사관(경위)/사진=의정부경찰서
"계약한 다음에 월세가 한 번도 안 들어와서 찾아왔어요."

지난달 수도권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 앞 '역세권'에 위치한 450세대 규모의 한 오피스텔. 이곳에 살고 있던 20대 회사원 김모씨 집으로 '자신이 집주인'이라고 소개한 박모씨가 찾아왔다. 김씨는 4달 전 해당 오피스텔 1층의 부동산 중개사무소에서 중개인을 통해 임대인과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30만원'을 조건으로 임대차계약을 맺고 부동산 공인중개인이 안내한 대로 매월 정확히 월세를 내고 있었다. 집주인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원'을 조건으로 세를 준 것으로 알고 있었다. 김씨가 해당 오피스텔 1층에 위치한 부동산에 찾아가 항의하자 부동산을 운영하던 A씨는 '돈을 돌려주겠다'고 말한 뒤 잠적했다.

지난3월 초, 경기 의정부시 한 오피스텔 건물에서 부동산중개인이 세입자 수십가구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 잠적했다./사진=뉴스1
지난3월 초, 경기 의정부시 한 오피스텔 건물에서 부동산중개인이 세입자 수십가구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 잠적했다./사진=뉴스1
김씨는 지난달 4일 경기 의정부경찰서를 찾아가 사기 혐의로 A씨를 고소했다. 해당 오피스텔 입주민들 사이에 김씨 소식이 알려지면서 며칠 사이에 같은 부동산 통해 계약한 피해자 43명이 경찰에 사실을 알렸다. 의정부경찰서 이 사건을 '전세사기'의 한 유형으로 판단하고 수사2팀 소속 수사관 8명을 투입해 수사에 나섰다.

경찰 수사를 예상한 부동산 대표 A씨는 극단적 선택으로 삶을 마감했다. 공범으로 추정되는 남편 B씨는 A씨 장례식 도중 극단적 선택을 암시한 말을 한 뒤 빈소를 떠나 잠적했다. B씨마저 사망하면 공소권이 사라져 수사는 중단되고 피해회복은 어려워진다.

지난 3월 경기 의정부시의 한 오피스텔 건물에서 부동산중개인이 세입자 수십가구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 잠적했다. 피해자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하는 모습./사진=뉴스1
지난 3월 경기 의정부시의 한 오피스텔 건물에서 부동산중개인이 세입자 수십가구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 잠적했다. 피해자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하는 모습./사진=뉴스1
의정부서 수사과 수사2팀 김세환 경위(37)는 사건 해결을 위해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수사 2팀 소속 수사관 8명을 동원해 남편을 추적하는 한편 혐의 입증을 위해 임차인과 임대인을 상대로 피해 규모를 정확히 파악했다. 하지만 B씨의 행적은 알아낼 수 없었다. 김 경위의 간절한 설득 끝에 B씨 유가족이 사망한 A씨 휴대전화를 경찰에 제출했다.

통상 한 달 이상 소요되는 포렌식 작업을 4일 만에 끝낸 경찰은 남편 B씨가 지난 4~5년 전부터 부인과 함께 사기행각을 벌여온 사실을 파악했다. B씨는 지인과 가족 명의로 휴대전화 5대를 개통했다. B씨는 자기 번호를 임대차계약서에 적어놓고는 임대인에겐 임차인 행세를, 임차인에겐 임대인 행세를 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 B씨는 자신이 사기에 사용한 휴대전화 5대를 경기 양평의 한 저수지에 버리고 달아났다. 수사팀은 B씨 통화 내역을 확보해 연락이 잦았던 친구 ㄱ씨 집 앞에 잠복을 시작했다.

며칠간 잠복 끝에 야간에 집을 나선 ㄱ씨가 집근처 호프집에서 B씨를 만나 호프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포착했다. 김 경위는 "의정부경찰서 수사과 소속 경찰관임을 밝히자 B씨는 고개를 떨어뜨리며 순순히 체포에 응했다"고 설명했다.

경기 의정부경찰서 수사과 김세한 수사관(경위)/사진=의정부경찰서
경기 의정부경찰서 수사과 김세한 수사관(경위)/사진=의정부경찰서
경찰 수사 결과 사망한 A씨는 남편 B씨와 고용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C씨 명의 계좌를 빌려 사기범죄에 사용했다.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 보증금과 전·월세를 받을 때 C씨 계좌를 사용하면서 집주인에겐 보증금과 월세를 실제보다 적게 작성한 계약서를 보내주고 차액을 챙겼다. 집주인을 상대로 공실이라며 속인 뒤 임차인을 받아 보증금과 월세를 챙기는 등 수법으로 피해자 43명을 속여 7억9700만원을 빼앗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 경위는 "승진보다는 훌륭한 후배를 양성하면서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인간적인 팀장이 되는 게 목표"라며 "후배들에게 수사 방향성을 포함한 노하우를 제시하는 게 선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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