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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 새끼 낳고, 한겨울에 버려진 '콩지'…품에 꼭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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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 새끼 낳고, 한겨울에 버려진 '콩지'…품에 꼭 안았다

머니투데이
  • 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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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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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마리의 유기동물 이야기 - 열번째, 콩지] 구조 당시 7살, 몸무게는 7.6㎏ '영양실조' 상태…사람에게 그리 이용당해도 사람 좋아하고, 자꾸 쓰다듬어 달라는 '똑똑이', "유기견이었지만, 실은 그저 사랑스러운 반려견이지요"

[편집자주] 이제는 소중한 가족이 된, 유기동물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 드립니다. 읽다 보면 관심이 생기고, 관심이 가면 좋아지고, 그리 버려졌던 녀석들에게도 가장 좋은 가족이 생기길 바라며.

그런 삶이 다는 아니라는 걸 알려준 주연씨와, 가족이 되어줘서 고맙다는듯 그 기쁨을 오롯이 알려준 콩지. 버려진 더 많은 동물들이 이리 행복해지기를./사진=콩지 보호자님
네 존재 이유는 인간을 위해 새끼를 낳는 게 아니라고. 6년 동안 돈벌이로 이용당했던, 콩지에게 새 삶을 선물해준 주연씨. 고민하여 가족으로 맞았고, 전부가 됐고, 많은 게 달라졌다. 두 존재 모두에게./사진=콩지 보호자님
품종 좋은 까만 프렌치불독 새끼를 생산하기 위한 어미 개.

주연씨를 만나기 전 '콩지'의 쓰임이 그랬다. 혈통 좋은 강아지들끼리 교배를 시켰단다.


콩지는 새끼를 반복해서 낳아야 했다. 낳으면 데려가고, 팔고, 또 낳게 했다. 2012년 4월에 태어나 6년 동안 6번이나 그리 새끼를 낳았다.

2018년 콩지는 마지막으로 새끼를 낳았다. 그걸 팔던 인간 관점에선 쓰임이 다했다. 그러자 주인은 콩지를 경기도 파주에 버렸다. 이듬해인 2019년 2월, 한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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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영앙실조 상태로 구조된 '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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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염에 귓병에 영양실조 상태로 발견됀 콩지. 새끼를 낳는 목적을 다하고, 한겨울에 버려졌다. 몸도 마음도 얼마나 지치고 고단했을지./사진=콩지 보호자님
피부염에 귓병에 영양실조 상태로 발견됀 콩지. 새끼를 낳는 목적을 다하고, 한겨울에 버려졌다. 몸도 마음도 얼마나 지치고 고단했을지./사진=콩지 보호자님
당시 콩지 몸무게는 고작 7.6㎏였다.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실조 상태였다. 피부염과 외이도염(귓병)이 굉장히 심했다. 젖은 심하게 늘어져 있었다. 그동안 새끼를 많이 낳은 후유증이었다.


다행히 구조가 됐다. 동물보호단체 '행동하는 동물사랑'이 콩지를 살려 보호하게 됐다.

그 무렵 주연씨는 오랜 직장을 그만뒀었다. 그 여파인지 삶이 무기력하고 우울했다. 난임으로 인해 부부 사이도 다소 소원했던 때였다. 주변에선 강아지를 키우면 어떻냐고 권하기도 했다. 반려견을 키워본 적이 없어 잘 몰랐다. 유기견에 대해서도.

"유기견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어요. 문제가 있어 버려진 게 아닐까, 그런 거였지요. 프랜차이즈 펫샵에서 분양 받을까 생각도 했었고요. 철이 없었죠. 조금 더 고민하고 찾아봤어요. 강아지 공장 얘기를 알게 됐지요. 펫샵의 문제점도요."

그런 뒤엔 유기견을 입양하기로 맘 먹었다. 보호소가 운영하는 카페를 찾아보며, 입양 홍보글을 읽었다. 여러 강아지를 봤었는데, 망설이는 동안 입양이 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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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품에서 잘 보내주는 것도 봉사라고"…그 말에 용기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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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된다는 건, 맘 편히 환히 웃어줄 수 있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사진=콩지 보호자님
가족이 된다는 건, 맘 편히 환히 웃어줄 수 있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사진=콩지 보호자님
입양 전엔 고민도 많이 했다. 뭣보다 걱정이 큰 건 이런 거였다.

"혹시 아파서 너무 일찍 헤어지면 어쩌나, 그 걱정이 제일 컸지요. 그래서 고민하는 글을 카페에 쓰기도 했었어요.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셨지요."
아빠 생일이라 콩지 스스로가 선물이 되었습니다. 귀엽지요?/사진=콩지 보호자님
아빠 생일이라 콩지 스스로가 선물이 되었습니다. 귀엽지요?/사진=콩지 보호자님
그중 기억나는 게 있었다. 응원하던 이는 이리 남겼다. "흙으로 된 견사에서 외롭게, 홀로 아프게 무지개다리 건너게 하지 않는 거잖아요. 가족의 품에서 잘 보내주는 것도 큰 봉사에요." 그 글에 두려웠던 마음이, 조금 더 따뜻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산책을 하고, 냄새를 맡고, 나 잘하는 거 보라는 듯이 계단을 오른다. 평범한 광경이 뭉클하다./사진=콩지 보호자님
산책을 하고, 냄새를 맡고, 나 잘하는 거 보라는 듯이 계단을 오른다. 평범한 광경이 뭉클하다./사진=콩지 보호자님
콩지 사진을 우연히 봤고, 마음에서 뭔가 불꽃이 튀었다. 새끼를 너무 많이 낳은 흔적이 있어 그게 맘 아팠단다. 입양하겠다고 신청서를 냈다. 그리 가족으로 맞게 됐다. 콩지 나이 7살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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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지 덕분에…우리의 '우주'가 변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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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을 달면 이런 느낌입니다? 귀엽습니다./사진=콩지 보호자님
눈썹을 달면 이런 느낌입니다? 귀엽습니다./사진=콩지 보호자님
새로운 이름이 생겼다. '콩지'였다. 큰 의미는 없었다. 주연씨 남편이 적극적으로 내놓은 몇 가지 이름 중, 발음이 쉬운 걸로 지었다.
피곤한 개가 행복한 개라지요./사진=콩지 보호자님
피곤한 개가 행복한 개라지요./사진=콩지 보호자님
집에 와서 보니 너무 의젓했다고. 주연씨는 "사고 치고 그럴 줄 알았는데, 오히려 너무 얌전해서 좀 놀랐고 속상했다"고 했다. 의젓한 개르신(개+어르신)이 오셔서 로또 맞았단 생각이 들었단다. 배변도 너무 잘 가렸다. 사람도 좋아하는 애교쟁이였다. 6년이나 사람에게 이용당하고도. 또 쓰다듬어주는 걸 너무 좋아했다. 교감도 잘 돼 훈련도 잘 따라오는 똑똑이였다.
아련하게 바라보는 콩지 표정. 귀여워서 단락마다 사진을 넣는 걸 이해해주세요./사진=콩지 보호자님
아련하게 바라보는 콩지 표정. 귀여워서 단락마다 사진을 넣는 걸 이해해주세요./사진=콩지 보호자님
함께하며 콩지도 행복한지, 표정이 점점 좋아졌다. 달고 살았던 귓병도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사랑으로 돌봐준 덕분이었다.
종을 치면 간식이 나온다는 것도 이리 잘 아는 똑똑이고요./사진=콩지 보호자님
종을 치면 간식이 나온다는 것도 이리 잘 아는 똑똑이고요./사진=콩지 보호자님
주연씨는 그와 남편이, 콩지보다 더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낯가림 심하고, 새로운 곳 가는 것도 싫어하는 집순이였던 주연씨가 콩지를 만난 뒤엔 개모임에서 낯선 사람과도 수다 떨게 됐다. 아무한테나 말도 잘 걸게 됐다. 소통이 별로 없던 남편과도 얘기를 많이 하게 됐다. 퇴근할 땐 콩지와 산책삼아 마중도 나간다고.
설날이면 가족과 함께 떡국도 냠냠, 맛있게 먹어요./사진=콩지 보호자님
설날이면 가족과 함께 떡국도 냠냠, 맛있게 먹어요./사진=콩지 보호자님
그러니 콩지 덕분에 정말 많이 행복해졌다고 했다. "우리의 우주가 변했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꼭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콩지와 같은, 유기견들의 행복을 위해.
우리의 추억에 빠짐없이 함께한다는 것. 앞으로도 쭉 그럴 거란 것. 이용하는 게 아니라, 존재 자체만으로 귀하다는 것. 그걸 알려준 덕분에 이리 표정을 지을 수 있게 됐다./사진=콩지 보호자님
우리의 추억에 빠짐없이 함께한다는 것. 앞으로도 쭉 그럴 거란 것. 이용하는 게 아니라, 존재 자체만으로 귀하다는 것. 그걸 알려준 덕분에 이리 표정을 지을 수 있게 됐다./사진=콩지 보호자님
"유기견이라서 어려운 게 아니에요.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정도의 시간을 책임지는 거잖아요. 그러니 세상 그 어떤 생명을 데려와도 어려운 거고, 신중히 생각해야 해요. 그럴 각오가 됐다면 유기견에게 그때 손을 내밀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스마일, 앞으론 웃는 일이 더 많을 거야. 더 오래오래./사진=콩지 보호자님
스마일, 앞으론 웃는 일이 더 많을 거야. 더 오래오래./사진=콩지 보호자님
그리고 잊지 않고 덧붙였다.

"그럼 그 아이들도 똑같이, 아니 어쩌면 더 큰 사랑을 돌려줄 거라고요."
그런 삶이 다는 아니라는 걸 알려준 주연씨와, 가족이 되어줘서 고맙다는듯 그 기쁨을 오롯이 알려준 콩지. 버려진 더 많은 동물들이 이리 행복해지기를./사진=콩지 보호자님
그런 삶이 다는 아니라는 걸 알려준 주연씨와, 가족이 되어줘서 고맙다는듯 그 기쁨을 오롯이 알려준 콩지. 버려진 더 많은 동물들이 이리 행복해지기를./사진=콩지 보호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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