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6 전투기가 만병통치약? 러-우크라 전쟁 게임체인저 될까

지난 9일(현지시간) 마닐라 북쪽 팜팡가주 앙헬레스시에 있는 옛 미 공군기지 클락 공군기지에서 미-필리핀 공군 합동 군사 훈련인 코프 썬더가 진행되는 동안 미 공군 F16 전투기가 주차된 필리핀항공과 세부 퍼시픽 여객기를 지나가고 있다. /AFPBBNews=뉴스1

미국산 F-16 전투기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판세를 뒤흔들 게임 체인저가 될까.

F-16이 지원될 길이 열리자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하늘에 있는 우리 군대를 크게 향상시킬 것"이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결정을 환영했다. 반면 러시아는 20일(현지시간) 국영통신을 통해 F-16이 실제 우크라이나에 전달될 경우 서방국가들에게 "엄청난 위험"이 될 것이라며 즉각 경고를 날렸다.


F-16은 사거리 500마일(860km)의 고성능 무기 시스템으로 현재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전투기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기종이다. 영국과 네덜란드는 우크라이나에 F-16을 제공하기 위해 제트기 '연합'을 형성했고 그간 반대했던 미국도 이를 승인하면서 F-16 조종 교육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제트기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며 러시아가 악용할 수 있는 취약성을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한 현역 F-16 조종사는 CNN에 우크라이나의 F-16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F-16은 단발 엔진의 다역할 제트기로 공대공 또는 지상 공격 임무에 사용될 수 있다. 미 공군은 1970년대에 처음 비행한 F-16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고성능 무기체계'라고 부른다. 수십 년 동안 수천 대의 제트기가 제작됐고, 수백 대가 전 세계로 수출됐다.


군사 항공 저자이자 전 미 공군 조종사인 로버트 홉킨스는 CNNC에 "서방 국가에는 즉각적인 가용성과 잘 확립된 물류 경로를 제공하는 F-16이 남아 있다"며 "F-16보다 더 능력 있는 다른 항공기들도 있지만, 물량이 더 적고 호환이 안된다"고 말했다.

9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북쪽 팜팡가주 앙헬레스시에 있는 옛 미 공군기지 클락 공군기지에서 미국-필리핀 공군 합동 군사 훈련인 '코프 썬더'에 앞서 미군 병사가 F16 전투기 조종석을 열고 있다. /AFPBBNews=뉴스1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F-16의 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물류 경로와 예비 부품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F-16 같은 현대적인 전투기는 조종사를 훈련시키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의회조사국(CRS)의 F-16 이전에 대한 지난 3월 보고서에 따르면 훈련 유지 인력은 원하는 숙련도 수준에 따라 적게는 몇 달 또는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미 공군 정비사는 최대 133일간의 교육을 받은 후에도 1년 간 근무 경험을 쌓아야 완전한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비행 방법 자체는 익힐 수 있지만 '동적인 위협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데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것.

우크라이나의 F-16이 어디에 기지를 둘 것인지도 관건이다. F-16은 길고 깨끗한 활주로에서 잘 작동한다. 러시아의 탐지를 피해 우크라이나 전역에 흩어져 있는 옛 소련의 거친 활주로를 보수하고 확장하기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F-16의 성능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호환되는 서방의 첨단 군사장비도 필요하다. 군비 증가가 불가피하다. 예를 들어 AMRAAM(Advanced Medium Range Air-to-Air Missile) 1발의 가격은 약 120만 달러이고 1발의 미사일을 만드는 데 약 2년이 걸린다.

익명의 조종사는 "우크라이나가 F-16을 얻는 것은 사기를 북돋우고 제한된 전투 능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도 "다음 해에 몇 번의 공격을 할 수 있고 약간의 승리를 거둘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전쟁의 진로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