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더" 아시아나 조종사 파업 초읽기…"6월 7일부터 이륙 지연"

(인천공항=뉴스1) 유승관 기자 = 29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주기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로 이동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은 임금 인상률을 두고 사측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준법투쟁'을 시작으로 쟁의행위에 돌입한다. 조종사노조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28일까지 조합원 1095명이 참여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2.39%(874표)가 찬성했다. 2023.5.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한항공과 인수·합병 작업 중인 아시아나항공의 조종사 노조가 파업 초읽기에 들어갔다. 경쟁사 임금 인상 폭에 비해 아시아나항공이 터무니 없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내달 7일부터 항공기 이륙을 합법적인 방식으로 지연시키는 준법투쟁을 시작한다.

31일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APU)에 따르면 지난 23일~28일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 투표 결과, 조합원 총 1095명 가운데 946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874표, 반대 72표를 기록했다.


92.39%의 높은 찬성률로 조종사노조는 쟁의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내달 7일부터 준법투쟁에 들어가기로 했다. 준법투쟁은 법이 정하는 안전 규정 내에서 항공기 운용을 최대한 비효율적으로 진행하는 걸 말한다. 준법투쟁이 시행되면 해당 노선은 최대 1시간 이상 출발이 늦어질 수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륙 1시간 20분전 조종사, 항공승무원 등이 모여 이날 진행하게 될 비행에 관해 브리핑을 한다. 다만 조종사들은 그간 제시간에 승객 탑승(Boarding·보딩)을 진행하기 위해 1시간 20분보다 30~40분 가량 일찍 모여 자료를 준비하고 브리핑을 마쳤다.

노조 측은 미리 출근하는 게 아니라 정확히 '1시간 20분'전에 모여 규정대로 브리핑을 진행하겠다는 것. 이대로 진행되면 브리핑 과정에서만 30분 가량 시간이 지연된다. 여기에 공항 활주로 등 지상에서 항공기를 저속으로 주행하는 다른 준법투쟁까지 겹치면 출발 지연 시간은 더욱 늘어난다.


노조는 이륙한 이후에도 법에서 정하는 최저 규정속도, 고도에서만 비행하는 투쟁도 진행하겠다고 했다. 국제선 항공기는 연비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정해진 속도·고도가 아닌 범위 내에서 운용하기로 돼 있다. 노조는 최저 속도·고도로 장거리를 운행할 경우 비행시간이 늘어나는 건 물론 연비가 매우 낮아져 사측의 항공기 운영비가 급격히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최도성 APU 위원장은 "사측에서 성실한 교섭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다"며 "파업 가능성도 얼마든지 열어둔 상태"라고 말했다.
노조 "작년 역대급 실적 낸만큼 임금 인상률도 높여야"…아시아나항공, 1분기 부채비율 2013.91%

[인천공항=뉴시스] 정병혁 기자 = 29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주기되어 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이 사측과의 임금 협상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본격적으로 쟁의행위를 시작한다. 조종사노조는 쟁의행위 찬반 투표 결과 찬성률(92.39%)을 기록함에 따라 다음 달 7일부터 합법적인 방식으로 비행기를 지연시키는 준법투쟁 등의 방식으로 쟁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2023.05.29.

노조는 사측에 대한항공, 제주항공 등 경쟁사의 조종사 임금 인상률에 비해 아시아나항공이 터무니 없이 낮다며 현실적인 수준으로 임금을 올려줄 것을 요구한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4년간 임금 2.5% 인상안을 제시한 상태다. 지난해 대한항공은 임금단체협상에서 10% 인상, 최근 제주항공은 12%를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티웨이항공도 13%를 인상하기로 했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만큼 사측이 임금을 인상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했다.

항공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비율이 매우 높아 작년 실적이 좋더라도 임금을 올릴 여력이 부족하다고 본다. 연 영업이익만으로는 단기적인 실적일 뿐 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 여기에 대한항공과 합병을 진행 중인만큼 노조의 요구는 회사의 현 상황과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액 5조6300억원, 영업이익 7416억원, 당기순이익 1565억원을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7.7% 감소한 925억원이었다.

620억원의 당기순손실도 기록했는데, 올해 1분기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2013.91%로 코스피 상장사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영업이익은 코로나19(COVID-19) 기저효과로 화물 부문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덕분이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구조가 좋아져서가 아니다"고 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인수통합을 위한 기업결합심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조종사노조가 임금 교섭 결렬 책임을 사측에만 전가하고 있다"며 "노조와 대화창구를 유지하며 원만한 교섭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