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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 "헉" 놀라기만 한 게 아니다…경보에 위협당한 '이 부위'

머니투데이
  • 정심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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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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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6시 30분에서 7시 사이, 서울시민이 대혼란을 겪었다. 경험한 적 없던 '경계 발령' 알림에 연이은 '오발령' 알림으로 잠결에, 출근길에 큰 충격을 받은 이가 적잖다. 그런데 이런 알림이 연이으면서 정신건강뿐 아니라 뇌·심장에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언제 또 닥칠지 모른다는 것. 신경과·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게서 경계 발령과 오발령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과 대처법을 알아봤다.

자다 "헉" 놀라기만 한 게 아니다…경보에 위협당한 '이 부위'


전쟁 발발 위험 공포에 사고 체계 '셧다운'


오늘처럼 알림 문자와 뉴스 속보만 봐서는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위험 가능성까지 인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갑작스레 알았을 때 몸에서는 '교감신경'이 급격히 활성화한다. 한양대병원 신경과 김희진 교수는 "극도의 응급한 상황에 부닥치면 교감신경이 부교감신경을 부르면서 활성화하는데, 우리 몸은 위험 상황에서 도망가거나 맞서기 위해 신체 반응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를 의학용어로는 싸우거나 도망가려는 반응이란 뜻에서 '파이트 또는 플라이트 반응' 또는 '급성 스트레스 반응'이라고 부른다.

교감신경이 활성화하면 동공이 커지고, 땀이 나고, 심장이 뛰고, 온몸의 근육이 긴장한다. 이는 빨리 도망치기 위한 본능이다. 김 교수는 "호흡이 가빠지기도 하는데, 이는 산소를 몸 안에 더 많이 공급해 더 빨리 도망가기 위한 본능"이라고 말했다. 그뿐 아니라 신경이 예민해진다. 교감신경이 증가하면 스트레스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많이 분비되는데, 코르티솔은 심리적으로 불안, 공포, 두려움을 유발한다. 전쟁에 대한 우려도 여기에 속한다. 김 교수는 "이럴 때 정상적인 사고 체계를 담당하던 전두엽이 기능을 멈추는 '셧다운'이 나타난다"며 "그러면서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가 활성화한다"고 언급했다.

변연계는 평소에 활성도를 띠지 않지만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질 때 기능이 활발해져 불안한 감정을 만든다. 김 교수는 "오늘 같은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운 상황은 변연계 활성도를 매우 높여 정서적으로 더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할 수 있다"며 "단순한 걱정뿐 아니라 비통, 두려움, 무력감이 같이 밀려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발령… 분노 차오르면 전전두엽 기능 떨어져


이처럼 극도로 긴장한 상태에서 오발령 통보를 들었을 때 뇌에서는 1단계로 "다행이다"라고 느끼지만 2단계로 '분노'를 느낀다. 김 교수는 "오발령 알림을 확인하고 안도했다가도 '아침부터 이게 뭐냐'라며 화가 치밀어오른 사람이 많았을 것"이라며 "이럴 때도 뇌의 변연계가 활성화하는데, 뇌에서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 특히 머리 앞쪽인 전전두엽의 기능이 크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전전두엽을 비롯한 전두엽은 주의력, 기억력, 전략적 판단, 추상적 사고 등을 담당하는데 이들 기능은 사회생활의 핵심 기능이자 수험생에게는 성적에 관여하는 요소다. 오발령에 분노지수가 치솟았다면 전전두엽 활성도가 멈추고, 변연계가 활성화한다. 이는 당일 시험을 보는 사람에겐 성적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면 수험생의 경우 100점 맞을 실력에 90점만 맞을 수도 있게 된다"고 빗댔다.

설명에 따르면 평소 감정이 안정적일 때 변연계의 기능이 멈추고, 전전두엽이 활성화해 주어진 일을 체계적으로 잘 할 수 있다. 하지만 갑자기 당황하면 변연계가 활성화해 판단 능력을 쉽게 잃는다. 마치 벌레를 무서워하는 사람이 갑작스럽게 벌레를 마주했을 때 일시적으로 몸이 굳어 움직이지 않는 원리다.

오발령이 아니라, 상황 종료로 경계 발령이 정상 해제된 경우라면 어땠을까. 김 교수는 "이런 경우라면 스트레스가 줄어들면서 안정감을 되찾는데, 이때 몸에서는 변연계가 셧다운하고, 전두엽이 조금씩 활성화하면서 부교감신경도 활성화한다. 이에 따라 커졌던 동공이 작아지고 맥박·혈압이 낮아지고 땀이 식고 의사 결정력이 회복돼 그다음 행동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고 언급했다.


뇌·심혈관·고혈압 환자, 심호흡·주무르기 방법 좋아


오늘 같은 날이 또 닥칠 수도 있는 법. 이럴 때 특히 건강에 유의해야 하는 환자군이 따로 있다. 첫째, 심혈관계 환자다. 심혈관계 질환의 1차 진단 때 병원에서는 심혈관을 일부러 좁히는 테스트를 실시해 환자의 불안정 협심증 여부를 확인한다. 김 교수는 "어떤 원인으로 인해 심혈관이 과도하게 좁아지는 사람은 오늘처럼 심리적 원인으로도 혈관이 확 좁아질 수 있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두 번째는 고혈압 환자다. 혈관이 탄성을 잃으면 혈압이 올라간다. 고혈압 환자는 평소 약으로 혈압을 낮추는데, 심리적 상황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확 올라갈 수 있다. 이들 환자는 평소 약으로 혈압을 어느 정도 잠재우며 안정기를 갖는데, 심리적 이유로 혈압이 확 상승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심장이 커지는 심부전 환자다. 심부전 환자는 혈압·맥박을 이뇨제·혈압약 등으로 안정화한다. 김 교수는 "심부전은 심장이 늘어진 팬티 고무줄처럼 막 커지는 질환으로, 심장이 피를 쫀득쫀득하게 잘 짜줘야 하는데 이 기능이 떨어지면 피를 제대로 못 짜줘 뇌에 이차적 문제를 일으킨다"며 "이런 환자의 교감신경이 갑작스레 활성화하면 혈압이 빠르게 올라가면서 심장에 물이 찰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네 번째는 뇌 질환 환자다. 뇌혈관 질환, 뇌졸중 환자의 뇌에서 교감신경이 갑자기 활성화하면 뇌졸중, 뇌혈관 질환, 뇌출혈 유발 위험을 높인다. 치매 환자도 마찬가지다. 치매 환자는 안정적으로 있다가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곳에서 증상이 나빠지기 쉬운데,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인지기능이 더 떨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향후 비슷한 경계경보가 발령할 경우 침착함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은 뭘까. 의학적으로 가장 간편한 방법이 '심호흡'이다. 교감·부교감 신경은 뇌뿐 아니라 척추에도 있다. 교감신경은 척추 바로 옆에, 부교감신경은 좀더 떨어진 곳에 있다. 이들 신경은 심장·폐에도 있다. 심호흡하면 횡격막과 폐활량이 커지면서 부교감신경이 자극받아 활성화한다. 심호흡으로 산소가 많이 들어오고 호흡이 느려지면 뇌는 "급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인식하게 돼 몸이 위협에서 벗어난다. 김 교수는 "심호흡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을 맞추는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흔히 화가 난 사람의 어깨를 주변인이 주물러주는 경우가 있다. 팔다리를 주무르면 근육이 이완돼 교감신경 흥분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김 교수는 "다음에도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가족끼리 서로 주무르면서 긴장도를 완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대처도 중요하다는 게 전문의들의 조언이다. 대처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두운 길을 처음 지날 때 공포를 느끼지만, 이 길이 익숙한 사람에겐 공포감이 덜 한 원리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서은 교수는 "갈피를 못 잡은 국민에겐 오늘 경계 발령 알림과 오발령 알림은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을 것"이라며 "향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때 대피 방법 등 대처 방식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림 문자를 보내야 불필요한 공포감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경계 발령 등으로 인해 편도체가 과도하게 각성하면 뇌에서는 계속 '위험하다'고만 느껴 전전두엽 피질의 기능이 떨어지고 이곳의 균형이 깨져 인지기능이 잘 조절되지 않게 된다. 이럴 경우 뇌에서는 계속 불필요하게 '경고장치'가 작동해 공포감이나 회피감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정부에서 파악한 정보로 이럴 때 이렇게 하면 국민이 더 안전하겠다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국민이 구체적인 정보를 접해야 편도체의 과각성을 막아 좀 더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예컨대 경계 발령 알림 이후에 단순히 위험하니 피하라는 문자 말고 단계별 정보를 추가로 보내거나, '아파트 거주자는 지하 주차장으로 대피하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정보를 보내는 것, '지금은 이러니 이렇게 하면 좋겠다', 지역별 위험도에 따라 행동 수칙을 다르게 보내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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