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피스, 年4억 드는 희귀 혈액질환 도전…"노 솔비톨" 외친 이유

"'에피스클리(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는 솔비톨(Sorbitol)이 포함돼있지 않아 HFI(Hereditary Fructose Intolerance·과당 불내증) 환자나 아직 HFI 진단을 받지 못한 2세 미만 영유아에게 정맥주사로 투여할 수 있습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지난 8일(현지시간 기준) 독일 메쎄 프랑크프루트에서 개막한 'EHA 2023'에 참가해 선보인 에피스클리 책자 안 /사진=박미리 기자

암젠 베켐브, 유일하게 솔비톨 포함지난 8일(현지 시각 기준) 독일 메쎄 프랑크프루트에서 개막한 'EHA 2023(유럽혈액학회)'.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첫 혈액학 분야 바이오의약품 '에피스클리'를 홍보하기 위해 단독 부스를 마련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부스는 다국적 제약사인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 부스 옆에 위치했다. 하얀 벽면이 에피스클리 임상 데이터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소개로 빼곡했다. 한 켠에는 연두색 에피스클리 제품 실물과 에피스클리 특징이 기재된 책자도 놓였다. 책자를 열어보니 오른쪽 상단에 "솔비톨이 없다(No Sorbitol)"는 큼지막한 글씨로 쓰여 있었다. 그만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내세우는 에피스클리 강점이란 해석이 가능했다.


솔비톨은 의약품 안정성 제고에 도움을 주는 물질이다. 하지만 과당 또는 설탕·솔비톨·갈색설탕 등 과당 전구물질을 소화할 수 없는 과당 불내증 환자에는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투여가 금지돼있다. 과당 불내증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2세 미만 영유아에도 투여해선 안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오리지널약과 임상 의학적 동등성을 보였단 분석 결과 외에도 '솔비톨이 없다'는 점을 부각해 혈액학 전문의, 연구원 등 EHA 2023 참가자들에 에피스클리를 홍보한 것이다.

이는 또 다른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베켐브(개발사 암젠)와의 차별점이다. 에피스클리가 타깃 하는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NH)은 혈관 내 적혈구가 파괴되면서 혈전이 생기고, 야간에 용혈 현상이 생겨 혈색 소변을 보이는 증상을 동반하는 희귀질환이다. 그동안 미국 알렉시온(현 아스트라제네카)이 개발한 솔리리스가 유일한 치료 대안으로 꼽혀왔으나, 2020년 4월 솔라리스의 유럽 내 특허가 만료되면서 바이오시밀러 출시가 가능해졌다. 지난 4월 암젠에 이어 지난달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개발단계까지 포함해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는 현재 전 세계 베켐브, 에피스클리 뿐이다.

더구나 '솔비톨'은 암젠의 베켐브에만 있다. 오리지널 약인 솔리리스에도 없다. 3개 제품 중 유일하게 PNH 모든 환자가 대상이 아닌 것이다. 베켐브는 PNH 환자가 과당 불내증 환자인지 아닌지 확인된 후에만 처방할 수 있다. 의사, 환자로선 베켐브 처방 전 과당 불내증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선행해야 하므로 다소 번거로운 측면이 있다. 암젠도 EHA 2023에 마련한 부스에서 '베켐브'를 홍보하지 않았다. 특히 암젠 부스 담당자는 "베켐브에 대해 말할 수 없다"라고도 했다.
"에피스클리, 바이오시밀러 역할 깊이 공감"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들이 8일(현지시간 기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EHA 2023' 내 마련된 부스에서 방문자들에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박미리 기자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에피스클리에 대한 전 세계 의료진 반응은 긍정적이다. 개막일 오전 삼성바이오에피스 부스에서 만난 아바그네일 마리지오(Maurizio Abagnale) 삼성바이오에피스 커머셜본부 전문은 "에피스클리의 유럽허가 획득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며 "방문객들의 관심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전날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최로 진행된 PNH 자문단 모임에서 좌장을 맡은 퓨포 데 라투어(Peffault de latour) 교수도 "이번 미팅을 통해 에피스클리의 바이오시밀러로서의 역할에 대해 깊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김혜진 삼성바이오에피스 메디컬팀장(상무)은 "솔리리스가 워낙 비싸다 보니(환자 1명당 매년 4억원, 평생 투약해야 함)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니즈가 컸다'고 얘기하는 의료진이 많았다"며 "에피스클리가 제시한 솔리리스와의 동등성 입증 결과에 대해서도 의심하지 않는다는 고무적인 반응이 나왔다"고 언급했다. 이는 그동안 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시밀러가 품질 관리 측면에서 인정받아온 영향이다. 김 상무는 "바이오의약품은 생산될 때마다 조금씩 다른 특성상 퀄리티 컨트롤(품질 관리)이 중요하다"며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규제기관에서 허가 이후 모니터링했을 때도 이 부분이 문제 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