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해야vs안전 불확실"…아직 찬반 갈리는 대체식품

고기, 우유를 대체하는 먹거리들이 식탁에 서서히 오르고 있지만, 대체식품의 안전성에 대해선 의견이 충돌한다. 정부의 법적 가이드라인과 규제를 바라보는 시선도 엇갈린다. 지난해 미국 식약청(FDA)이 동물의 세포에서 배양한 '배양육'의 안전성을 승인하면서 배양육도 대체식품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대체식품 찬성론자는 정부의 지원이 늘어나고 대체식품의 명확한 표기법이 마련된다면 상용화에 도움이 될 거라는 입장이다. 대체식품에 들어가는 첨가물의 안전성을 보장하고, 이를 제품에 제대로 표기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돕는 게 시장 성장이나 기술 개발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진호 서울대 식품생명공학과 명예교수는 "정밀 발효 기술로 대체식품도 기존 음식과 똑같은 맛을 낼 수 있다"며 "국내 기업들은 과거 MSG 같은 조미료를 만들며 정밀 발효 기술을 안정적으로 키워왔기 때문에 정부가 더 지원한다면 시장 성장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밀 발효 기술은 미생물로 식품의 구성 요소 등을 만드는 기술이다.

서 교수는 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해 1월 미국에서 먹어 화제가 된 식물성 우유 아이스크림을 언급하며 국내 시장의 제약을 설명했다. 최 회장은 미국 푸드테크 기업 퍼펙트데이의 대체 유단백질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국내에 수입이 안 되나"고 물었다.

앞서 매일유업과 SK, 퍼펙트데이가 대체 유단백질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허가를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비동물성 유제품이나 퍼펙트데이에서 정밀 발효 방식으로 만든 성분이 국내 도입이 안돼 식약처 승인을 받기까지 1년가량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승인한 첨가물을 활용해 대체식품을 만들었다면 이를 식품 포장에 정확하게 표기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대체식품 수요는 계속 이어질 거라서 원료, 제조 방식 등을 제품에 정확하게 표시해 소비자들이 제대로 알고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1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베지노믹스페어·비건페스타에서 관람객이 식물성 대체육을 살펴보고 있다. 2022.8.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반면 대체식품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 관계자는 "고기와 비슷한 맛과 식감을 내기 위해 들어가는 첨가물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안전성 검토가 이뤄지고, 기준이 명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윤재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명예교수는 "대체육에 들어가는 첨가제인 메틸셀룰로스는 물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유통 과정에서 수분을 빨아들여 맛이 변질될 수 있고 보존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메틸셀룰로스는 대체식품에 흔히 쓰이는 식품첨가물로, 육류를 바인딩하기 위해 들어간다.

배양육 산업에 대해서는 국내 상용화를 예단하기에 이른 시점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비용과 제도적 제약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고, 도축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세포를 배양할 때 쓰는 혈청 대체 물질, 세포가 미생물에 오염되지 않고 잘 자라라고 쓰는 항생제, 성장 인자에 대한 검증이 안 됐다"고 말했다. 김유용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는 "배양육을 만들 때 소의 혈청을 써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임신한 소를 도축해야 해 동물권을 보호하는 방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2월 '대체식품으로 표시해 판매하는 식품'의 정의와 기준·규격을 신설하는 '식품의 기준 및 규격'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어떤 것들을 대체식품으로 표기해 판매할 수 있을지 범위와 기준 등을 올해 마련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