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흥 초고압선 소송전...시흥시, 항소심도 패소

임병택 시흥시장이 지난해 시흥시청에서 농성을 벌이는 배곧주민들에게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사진제공=시흥시

경기 시흥시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와 벌인 배곧신도시 통과 초고압선 설치 관련 소송에서 1심에 이어 항소심도 패소했다.

20일 시흥시와 한전 경인건설본부에 따르면 수원고법은 지난 16일 한전이 시흥시를 상대로 낸 도로점용 불허가 취소 등에 관한 소송에서 시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시흥시가 주장하는 협의 절차나 전자파 피해 우려는 지반 조사를 위한 도로 및 공원점용과 무관하며, 본공사 단계에서 피해 발생이 우려된다면 그 때 심사해도 충분하다"는 취지로 이같이 판결했다.

한전은 인천 송도국제도시와 시흥 배곧신도시를 연결하는 초고압선 전력구 조성 공사를 위해 시흥시에 도로 지반조사와 이를 위한 도로점용(굴착)및 공원점용 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시흥시가 전자파 등으로 인한 주민 피해를 우려해 불허하자 지난해 3월 이를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시는 1심에서 도로지반조사 승인거부, 도로점용 및 도시공원 점용 불허가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이 나자 "재판부의 법령해석과 재량권 범위에 대한 견해가 부당하고, 지역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수원고법에 항소했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패소한 시흥시는 "전력구 공사 추진과 관련 시와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안타깝다"는 입장을 내놨다.

시는 이번 재판 결과에 관계없이 지역 주민들의 우려와 입장을 반영해 한전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또 법률자문을 통해 상고 계획도 검토할 예정이다. 하지만 2심까지 진 재판을 상고할 경우 '행정력 남용'이라는 의견도 있어 상고 진행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전 관계자는 "전력구 공사가 장기간 지연되면 결국 전력수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시흥 배곧신도시는 물론 인천 송도신도시 주민들과 입주기업 등이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흥시와 배곧주민들이 원하는 대책(전력구 우회 노선 구축)에 대해서는 "기술적인 부분과 예산 문제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한전은 2020년 9월부터 2026년 6월까지 사업비 2741억 원을 들여 신시흥변전소와 신송도변전소 사이 7.2㎞ 구간(배곧 중심부 1.4㎞ 포함)에 345㎸의 초고압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전력구를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그러나 2021년 10월 배곧신도시 주민이 반발하자 시흥시는 도로점용 굴착 불허가 등의 행정처분을 내렸고, 한전과 법정공방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