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5억 적자' 서울백병원, 결국 문 닫는다…82년 만에 폐원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을 시작으로 82년간 명맥을 이어온 서울백병원이 결국 폐원 수순을 밟는다.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20일 오후 진행된 이사회에서 서울백병원 경영정상화 TFT(테스크포스팀)가 상정한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가결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서울백병원은 도심 내 유일한 종합병원(1975년), 국내 첫 간암 환자 간이식 성공(1992년) 등 의료계의 굵직한 역사를 써왔다. 하지만 도심 공동화 현상과 대규모 병원의 잇따른 개원으로 환자의 발길이 끊기면서 2004년 73억원의 의료 손실을 시작으로 20여년 간 누적 적자 1745억원을 기록하는 등 경영난에 시달렸다.

서울백병원은 2016년 경영정상화 TFT를 운영하며 네 차례에 걸쳐 외부 컨설팅을 진행하고 직원과 병상 수 감축, 병원 리모델링 등 자구책을 마련해 시행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구호석 병원장은 지난 2일 전체 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진행된 (최근의) 외부 경영 컨설팅 결과 어떠한 방향으로든 병원을 지속 운영하긴 어렵다는 결론이 났다"며 폐원안 상정 소식을 전했다. 이후 교수협의회, 보건의료노조 중심의 서울백병원 폐원 저지 공동대책위원회가 잇따라 폐원안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이사회와 병원 교직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번 이사회의 결정에도 서울백병원을 둘러싼 잡음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사회는 현재 400여명에 달하는 서울백병원 전체 구성원의 고용승계를 약속했지만, 일산·상계 등 수도권에 위치한 '형제 병원'은 현재 적자 폭이 증가하고 있어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경우 또 다른 경영 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부산·해운대백병원은 생활권이 너무 달라 교직원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칠 게 뻔한 상황이다.

서울 도심의 유일한 대학병원이 문을 닫게 되면서 감염병 대응 역량 감소, 의료 공백 등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사회가 열리기에 앞서 서울백병원을 도시계획시설(종합의료시설)로 결정할 예정이라 발표하면서 해당 부지를 상업용으로 용도 변경할 수 없도록 '제동'을 걸었지만 결국 폐원을 막진 못했다.

김동민 서울백병원 노조지부장은 "서울백병원을 졸속으로 폐원하는 것은 그동안 경영정상화를 위해 병상 축소, 인원 감축, 구조조정 등을 묵묵히 견디고 희생한 교직원을 '토사구팽'하는 처사"라며 "내부 논의를 거쳐 대응 방안과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 밝혔다.

한편,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향후 별도의 TFT를 구성해 전체 교직원들의 고용유지를 위한 전보 발령, 외래 및 입원환자 안내, 진료 관련 서류 발급 등을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노조를 포함한 구성원과 향후 폐원 일정 등의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도 마련한다. 서울백병원 부지·건물의 운영 방안으로는 △새 병원 건립 △미래혁신데이타센터 운영 △수익사업 △매각 등의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제학원 이사회는 "서울백병원이 어떤 형태로 운영되건 창출되는 재원은 전부 '형제 병원'에 재투자해 환자들에게 최적의 치료, 더 좋은 의료를 제공할 것"이라며 "남은 병원도 수도권 백병원(상계, 일산)과 부산지역 백병원(부산, 해운대)으로 이원화해 각각 전문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