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진행 늦춘다" 美신약 2개 허가신청…5년 뒤엔 '6조 시장'

올해 미국에서 허가신청된 2개의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 신약이 5년 뒤 연간 6조원 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금까지 허가된 신약의 안전성과 효능의 한계 탓에 치매는 정복이 불가능한 난공불락의 질환으로 여겨졌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의료계에서는 올해부터 '치매의 종말'이 시작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올해 치매 정복에 도전하는 2개의 신약도 임상과정에서 일부 부작용이 발견된 상태다.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21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이벨류에이트 밴티지'의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한 '글로벌 보건 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의약품 중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공동개발한 치매 치료제 '레카네맙'의 미래 판매 잠재력이 가장 큰 것으로 평가됐다. 5년 뒤인 2028년, 레카네맙의 예상 매출액은 30억달러(약 3조9000억원)으로 추산됐다.


미래 판매 잠재력이 높은 의약품 중 4위도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치매 치료제 '도나네맙'이었다. 도나네맙의 5년 후 추정 매출액은 19억달러(약 2조5000억원)로 제시됐다. 두 치매 치료제의 5년 후 예상 시장규모만 우리 약 6조4000억원인 셈이다. 이번 보고서에서 조사된 판매 잠재력이 높은 상위 5개 의약품 전체의 5년 뒤 예상 매출규모 중 45%가 두 치매치료제였다.

두 신약은 임상 과정에서 지금까지 나온 치매치료제 보다 높은 효능과 안전성을 보였다. 레카네맙은 임상 3상에서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의 치매 진행 속도를 위약군 대비 약 27% 늦춘 것으로 확인됐다. 레카네맙을 개발한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앞서 2021년 미국에서 허가받은 치매 치료제 아두헬름보다 뇌졸중·뇌부종 부작용 발생률도 4분의 1로 줄였다. 아밀로이드베타는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원인 단백질로 꼽힌다. 이 단백질이 플라크(찌꺼기) 형태로 뇌 안에서 침착하면 치매가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레카네맙은 이렇게 축적된 아밀로이드베타 플라크를 제거해 경도 인지 장애와 초기 치매의 진행을 늦추는 약이다.

도나네맙도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를 제거해 치매를 치료하는 기전의 약이다. 도나네맙 투약 환자는 18개월 후 인지기능 저하가 위약군 대비 35% 낮았다. 도나네맙 투약 환자들은 위약군 대비 치매가 다음 단계로 진행할 위험도 39% 낮았다. 뇌부종 등 부작용 발생률도 아두헬름보다 낮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신약의 미래 시장 잠재력이 높게 평가된 것은 이처럼 아두헬름 대비 우수한 임상 결과를 확보해서다. 아두헬름은 FDA 허가를 받으며 기대를 모았지만 효능은 물론 뇌부종 등 부작용 논란으로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다.


레카네맙은 다음 달 FDA 최종 허가를 받는 것이 사실상 확실시된다. 최근 FDA 자문위원회는 레카네맙의 정식 허가를 만장일치로 권고했으며 FDA는 다음 달 6일 정식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자문위원회 권고는 구속력이 없지만 통상 FDA는 권고에 따라 결정을 내린다. 도나네맙도 이르면 연내 FDA의 허가를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일라이릴리는 다음 달 도나네맙의 허가를 FDA에 신청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의료계에서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정복이 머지않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리처드 오클리 영국 알츠하이머 협회 연구 부국장은 "알츠하이머 치매 종말의 시작(the beginning of the end of Alzheimer's disease)이 될 것"이라며 "20여년 간 알츠하이머 신약이 없었지만 이제 곧 두 개의 신약이 나오며 두 신약은 처음으로 이 질병의 진행을 늦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두 신약 역시 안전성 측면에서 변수는 여전히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레카네맙의 뇌부종 등 부작용 발생률은 10%로 40%인 아두헬름에 비해선 현저히 낮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것. 임상 과정에서 레카네맙을 복용한 3명이 뇌졸중, 뇌부종 등의 증상을 겪은 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나네맙도 투약 환자 24%에게서 뇌부종이 관찰됐다. 뇌 미세출혈 발생률도 31.4%에 달했다. 뇌부종 등으로 사망한 시험 참가자도 3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