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나 존스5’, 명예로운 액션영웅 은퇴식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인디아나 존스의 마지막 모험이 시작된다. 1981년 제작자 조지 루카스, 스티븐 스필버그 연출, 해리슨 포드 주연의 ‘레이더스’로 출발해 42년 동안 팬들에게 기다림과 놀라움의 시간을 안겨준 흥미진진한 액션 모험 활극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다섯 번째 영화로 마지막을 고한다. 전 세계를 누비며 보물을 찾는 고고학자, 중절모와 채찍이 트레이드마크인 모험가 인디아나 존스의 컴백 소식을 앞으로 들을 수 없다니. 리부트, 리메이크, 프리퀄 등 프랜차이즈로 얼마든지 생명 연장이 가능한 시대에 인디아나 존스의 퇴장 선언은 고전적이다. 정확히 말하면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은 해리슨 포드를 영원한 인디아나 존스로 예우하는 제작진의 특별한 고별식 같은 영화다.


‘인디아나 존스’ 5편의 제작 발표 소식은 2016년에 처음 들려왔다. 3편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1989)으로부터 19년 만에 나온 4편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2008)이 평가와는 별개로 흥행에 성공해 속편 제작 가능성은 열려 있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다시 연출을 맡을 예정이었지만, 시나리오와 다른 연출작 일정으로 두 차례 제작이 미뤄진 끝에 스티븐 스필버그는 최종 제작자로 자리를 옮기고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하지 않은 ‘인디아나 존스’ 영화라는 시리즈 초유의 일이 생겼다. 결과적으로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3:10 유마’(2008), ‘나잇 & 데이’(2010), ‘로건’(2017), ‘포드 V 페라리’(2019) 등 작품성 갖춘 대작을 제작, 연출한 경험을 살려 시리즈 최종장을 무리 없이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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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편 역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공식을 따른다. 맛보기 액션과 초자연적 힘을 지닌 유물을 소개하는 도입부, 존스가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모습, 악당에서 보물을 빼앗기고 되찾으러 가는 전개, 인디 일행의 이동 경로를 지도로 보여주는 방식까지 그대로다. 뱀, 벌레, 쥐, 개미 등 시리즈마다 등장인물을 소스라치게 하는 ‘떼’의 습격도 물론 있다. 시리즈 특유의 논스톱 액션은 기차, 말, 삼륜차로 이어지며 정통 액션 어드벤처의 스릴을 맛보게 한다. 여기에 수중, 공중, 그리고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서 빠지면 섭섭한 배경인 동굴까지 마지막 총력전에 동원해 방심할 틈을 내주지 않으려 한다.


인디아나 존스가 떠나는 시대 배경은 1969년이다. 아폴로 11호 달 착륙 성공으로 모두가 미래 계획에 부풀어 있는 시기와 은퇴가 맞물린 인디아나 존스의 심경은 착잡하다. 그동안 보물에 얽혀 도굴꾼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지만, 과거에서 답을 찾던 고고학자에게 달로 향하는 인류의 발걸음은 마땅찮다. 영화는 1944년 2차 세계대전 끝 무렵에 나치의 유물 탈취를 막는 작전을 수행하는 인디아나 존스의 과거를 보여주며 5편에서 새롭게 설정된 시간과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주요 배경인 나치와 싸우는 1930년대를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5편의 보물인 ‘아르키메데스의 다이얼’은 일종의 시간 이동 장치로 마지막 임무와 시간의 무게를 동시에 떠안은 인디아나 존스에게 시리즈에 나왔던 그 어느 보물보다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들리는 초침 소리가 강렬한 울림을 주면서 한편으로는 절박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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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슨 포드 역시 세계 최고의 영웅 캐릭터로 꼽히는 ‘인디아나 존스’와 함께 시간을 받아들인다. 디제이징 기술로 만든 젊은 시절의 인디아나 존스의 모습이 먼저 등장해 올드팬들에게 과거로 돌아간 듯한 시간 여행 선물을 안긴다. 백발에 노쇠한 상반신을 그대로 드러내며 연기하는 해리슨 포드의 모습이 비쳐지면 잠시 짧은 충격에 빠질지도 모른다. “어깨는 쑤시고, 허리는 삐걱대고……” 몸이 성한 곳 없다고 푸념하는 인디아나 존스의 대사가 해리슨 포드의 속마음처럼 들리기도 한다. 4편을 촬영할 때가 65세였고, 올해로 81세를 맞이한 그는 캐릭터를 지키는 과업을 완성하면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불멸의 상징이 되었다. 이번 영화에서 해리슨 포드가 액션 연기를 어디까지, 얼마나 잘 해냈는지보다 중요한 건 그가 모험가, 고고학자인 인디아나 존스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혼신을 다해 진심 어린 연기를 펼친 점이다. 해리슨 포드도, 그가 연기한 인디아나 존스를 떠나보내는 팬들과 제작진도 여한이 없을 것이다.


인디아나 존스의 다섯 번째 파트너는 대녀인 헬레나 쇼(피비-월러 브리지)다. 존스의 오랜 친구이자 2차 세계대전 당시 함께 임무를 수행한 고고학 교수 바질 쇼(토비 존스)의 딸로 은퇴한 존스를 다시 모험의 세계로 이끈다. 사기꾼 기질이 다분해 존스를 곤경에 빠지게 하지만, 위기 순간마다 기지를 발휘하고 다정한 면모도 지닌 인물이다.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2018)에 출연했고 인기 드라마 시리즈 ‘킬링 이브’의 각본가로도 유명한 피비-윌러 브리지가 고난도 액션 연기까지 펼치며 마지막 파트너의 소임을 다한다. 파트너 계보로 보자면 1편의 마리온(카렌 앨런)과 2편의 윌리(케이트 캡쇼)에 이어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여성 파트너이고, 헬레나가 소년 테디와 콤비 플레이를 펼치는 모습은 팬들에게 2편에서 윌리와 함께 활약한 소년 쇼티(키 호이 콴)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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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마지막 빌런 역은 매즈 미켈슨이 연기했다. ‘007’ 시리즈 연출을 하고 싶었으나 거절당한 스티븐 스필버그는 못다 푼 애정을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 쏟았다. ‘제임스 본드’ 숀 코네리를 설득해 3편 ‘최후의 성전’에 존스의 아버지 역으로 출연시켜 영화사에서 손꼽히는 두 배우와 두 캐릭터의 만남이라는 흥미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007 카지노 로얄’의 빌런이자 루카스필름이 제작한 ‘로그원: 스타워즈 스토리’(2016)에 출연한 매즈 미켈슨의 이번 출연도 노림수가 분명하다. 그가 연기한 위르겐 폴러는 나치 출신 과학자로 3편까지 이어졌던 나치 출신 빌런들과 시리즈마다 등장한 탐욕에 빠진 학자들을 합친 캐릭터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전형적 빌런 캐릭터지만, 등장부터 퇴장까지 매즈 미켈슨의 연기 덕분에 시리즈에서 인상 깊은 빌런으로 남는다.


이 외에도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존스의 오랜 친구로 등장해 조력자 역할을 한다. 팬들이 반가워할 인물은 1편과 4편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에 등장해 27년의 시간을 메웠던 마리온 역의 카렌 앨런과 1편과 3편에서 존스를 도와준 이집트인 살라 역의 존 리스 데이비스다. 카렌 앨런이 스크린에 모습을 내미는 순간도 극적이고, 극 중 존스의 도움으로 미국에서 이집트계 이민자로 살아가는 살라가 모험을 떠나는 존스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는 장면은 우정 이상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울컥하게 만든다. 캐릭터와 함께 나이가 든 배우들을 본다는 건 아련한 향수에 빠져드는 일이다. 수십 동안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를 지켜낸 배우들과 스크린에서 다시 조우한다는 건 관객에게 축복이지 않을까. 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