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잼버리 대원 줄 복숭아 2상자 '슬쩍'…못난 어른들의 추태

A씨가 공개한 사진./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자녀와 함께 잼버리 대회가 열리는 야영장을 찾았다가 대원들에게 지급된 복숭아를 훔쳐 간 부부를 봤다는 사연이 전해져 누리꾼들이 공분하고 있다.

A씨는 지난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4시간 운전해서 아이와 입장료 내고 야영장에 입장했다. 부스마다 기념품을 나눠주거나 체험을 진행하더라"며 "한 부스에서는 아주머니가 기념품 잡으며 '다 공짜냐. 가져가도 되냐'고 했다. 어린 외국 대원들의 씁쓸한 미소를 보니 제가 다 부끄러웠다"고 밝혔다.


이어 "(또 다른 부스에는) 대원들 먹으라고 제공한 복숭아가 있었다. 대원들이 하나씩 가져가거나 나라별 지도 선생님들이 한두 상자씩 가지고 갔다"며 "방문객들은 손댈 생각을 안 했다. 수량도 넉넉하지 않았고, 음식이 잘 나오지 않으니 과일이라도 먹으라고 대원들에게 제공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2상자나 훔쳐서 차에 싣고 가는 가족이 있었다. 경찰도, 관계자도 제지하지 않았다"며 "안 그래도 어수선해서 조용히 넘어가는 분위기 같았다. 저도 가져다 놓으시라고 한마디 하려다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A씨는 "기부받는 부스가 따로 있었는데, 여러 물건이 계속 들어왔다. 복숭아는 근처 농장 주인이 기부한 것 같았다"며 "아이 데리고 갔다가 못난 어른들의 추태만 보여준 것 같다. 복숭아 가져간 부부는 많이 드셔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도 "지역 특산물 기부하는 분들, 한국 기념품 챙겨와 나눠주는 분들, 얼음물이 무한 공급되는지 모르고 몇 상자씩 들고 온 분들, 아이들 걱정하는 분들이 99.8%였다. 그러니까 나라가 돌아가는 것"이라며 "경찰들과 잼버리 지도자들도 땡볕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대원들이 남은 시간 동안 맛있는 거 먹고, 친구도 사귀고, 좋은 것도 보고, 안전하게 지내다 돌아갔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전북 부안군 새만금 야영지에서 철수한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네덜란드 대원들이 지난 8일 오후 용인시 기흥구 현대자동차그룹 인재개발원 마북캠퍼스에 도착해 입소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지난 7일 제6호 태풍 '카눈'(KHANUN)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함에 따라 잼버리 대회가 열리고 있는 전북 부안군 새만금 야영지에서 대원들을 모두 조기 철수시키기로 했다.

잼버리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9시25분 기준 마지막 잼버리 대원을 태운 971번째 버스가 야영장을 출발했다. 약 12시간 만에 전체의 96%에 달하는 대원들이 새만금 영지를 떠난 것이다.

야영장을 떠난 156개국의 대원 3만7000여명은 수도권·충남 등 8개 시·도로 이동해 오는 12일까지 잼버리 활동을 이어간다. 이들은 공공기관, 대학 기숙사 등 숙소에서 머물 예정이다. 숙소 비용은 정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사후 정산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