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 냄새" "못 배운 집" 결혼 내내 뒤로 처가 험담…이혼 가능할까?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결혼 생활 내내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신과 자신의 부모에 대한 비방 글을 작성해온 남편의 이중적인 모습을 알게 된 아내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4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자신을 비롯해 자신의 부모까지 비하하는 글을 작성한 남편과 이혼을 준비하는 A씨 고민이 소개됐다.


A씨 부부는 결혼 2년 차로 동갑내기 부부로 나이는 같았지만 집안 환경은 완전히 달랐다고 한다. A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직장생활을 했고 부모는 중학교만 나왔고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반면 남편과 남편의 부모는 모두 대학을 나왔고 경제적으로도 친정보다 넉넉하다고 한다.

환경을 달랐지만 결혼 생활은 큰 문제가 없었다. 남편도 A씨 부모에게 잘했고 부모도 남편을 잘 챙겼다고 한다. 그런데 A씨가 우연히 PC에서 남편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익명으로 써온 글을 보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남편은 2년 동안 "처가에 갈 때마다 비위가 상한다", "장인, 장모 곁에 가면 비료 냄새가 나서 토할 것 같다", "학력이 중졸인 못 배워먹은 집안" 등 내용의 조롱 글 수백개를 작성해 왔다고 한다.


A씨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아 현재 친정집에 있고 별거 상태"라며 "남편에게 모든 정이 다 떨어졌고 무섭기까지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편과 이혼하고 싶고 가능하다면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고 싶다. 인터넷 게시글만으로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조언을 구했다.

답변에 나선 이경하 변호사는 비하 글 작성을 남편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소송으로 갈 가능성이 있지만 아예 방법이 없진 않다고 봤다.

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다른 행동을 보이는 만큼 민법에서 정한 이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평소 잘했던 증거를 제출해 소송에서 다툴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전형적인 이혼 사유가 아니기 때문에 법원에서도 부부관계 회복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정 조치를 권할 거 같다"고 했다.

다만 "조정 조처가 내려지더라도 부부 상담 과정에서 일관되게 이혼 의사를 피력하고 남편의 글이 일회성이 아닌 혼인 기간 내내 지속됐다는 점을 강조하면 민법에서 정한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별거 중인 상황도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별거 기간이 길어지면 이혼 사유 중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수 있다"며 "혼인 기간이 2년으로 짧은 편이고 자녀도 없어 별거가 지속된다면 부당한 대우를 이유로 소송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다"고 부연했다.

남편을 모욕죄나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어렵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 변호사는 "남편이 익명 사이트에 또 익명으로 작성한 게시글만으로는 A씨와 A씨 부모가 특정됐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모욕죄나 명예훼손으로 처벌받게 하는 것은 힘들 거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