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학서 "스파이 찾기" 게임, "일본인 감시 강화"…사회불만 통제법?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뉴스1

최악의 청년실업률과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중국 시진핑 정권이 '방첩'을 구호로 공포정치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대학가에서 간첩잡기 강좌를 여는 등 안보교육을 명목으로 대학생들을 틀어쥐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일본은 처리수라고 부름) 해양방류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국가안보' 주제로 파티…'스파이 누구' 게임하고 강의 듣는 중국 대학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 칭화대학은 교내에서 교직원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상물을 통한 안보교육을 실시했다. 영상에는 대학이 외세에 맞설 방어선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베이징 산업대학은 교직원과 학생들을 모아 국가안보를 주제로 가든파티를 열었다. 중국 국가안보부는 "교사와 학생들의 참여 열의를 모으기 위해 현장에서 퀴즈대회를 열고 상품을 지급했다"며 "교사와 학생들이 국가안보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훈훈한 분위기였다"고 헀다.

베이징 항공우주대학은 '스파이는 누구인가'라는 게임을 통한 안보교육에 나섰다. 채팅을 통해 간첩이 어떤 식으로 중국인에게 접근하는지를 학습하는 게임이다. 게임 이후에는 전문가가 나와 국가안보와 기밀유지를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대외경제무역대학은 국가안보를 주제로 달리기 대회를 열었다. 국가안보부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국가는 가족"이라며 애국심을 드러냈다고 한다.

"집단적 공포 조성한 사회결집 시도, 매우 위험"

중국 대학가에 국가안보가 대대적으로 등장한 것은 시진핑 정권의 위기의식을 방증한다. 최근 중국은 공산당 원로들이 "이대로 정치, 경제, 사회 혼란이 길어진다면 통치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며 시진핑 주석에게 쓴소리를 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위기에 직면했다. 시 주석은 다른 자리에서 모인 측근들 앞에서 "내 탓이냐"며 격노와 함께 전 정권을 비난했다고 한다.

원인은 경제다. 중국은 공식 통계상으로 지난 6월 16~24세 청년 실업률이 21.4%을 기록했다 현재는 수치 공개를 중단한 상태다. 지난 7월 장단단 베이징 국가발전연구원 교수팀은 지난 3월 기준으로 실질적인 중국 청년 실업률이 40%를 넘겼을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발해 곳곳에서 일어난 집회를 계기로 중국 사회에 상당한 불만이 쌓여있으며 이는 경제난으로 인해 악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간첩을 앞세운 공포정치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통신은 카티야 드린하우젠 베를린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 정치사회부문장 견해를 인용, "경제난이 닥쳐오면 지도부는 걱정거리가 쌓이기 마련"이라며 "집단적 공포를 이용해 사회를 결집시키려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게임"이라고 지적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 재중 일본인 감시 강화"

공포정치는 대학가를 넘어 사회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허난성에서는 이웃 언행이 미심쩍다면 애국심을 검증해보라는 공안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산둥성에서는 국영매체들이 '간첩은 어디에나 있다'는 포스터를 도배했다고 한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문제를 사회 불만을 터뜨릴 분출구로 이용하려는 듯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개시 이후 "이기적인 결정"이라며 일본을 향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날도 재일 중국 대사관을 통해 "핵오염수 처리에 자신있다면 주변국이 참여하는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에 체류 중인 일본인을 인질로 외교전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도통신은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 이후 국가안보부에서 중국 내 일본인들에 대한 감시를 대폭 강화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특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연관된 인물들에 대한 신변조사가 이뤄졌으며, 일부를 구속하는 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교도통신은 "외국인을 인질로 하는 듯한 위험한 태도에 국제사회가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